광화문 소재 KT 사옥. [출처= 김채린 기자]
광화문 소재 KT 사옥. [출처= 김채린 기자]

KT가 2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쟁사의 대규모 해킹 사태로 인한 반사이익을 넘어, 그간 쌓아온 '보안'에 대한 신뢰가 가입자들의 선택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T의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는 9000억원대 초반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급증한 수치이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동력은 무선 사업 부문의 가입자 순증이다. 업계는 SK텔레콤의 해킹 사태 이후 약 35만명의 가입자가 KT로 유입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가입자 이동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 사태 이후 KT 가입자의 '통신사 변경 의향'은 통신 3사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꾸준히 유지했다.

최근 단말기유통법(단통법) 폐지로 번호이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KT는 가장 낮은 이탈 의향도를 기록하며 고객 충성도를 입증했다.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터지기 직전 KT 가입자들의 통신사 변경 의향은 17%로, SK텔레콤(11%)보다 높았다. 그러나 사태 이후 SK텔레콤이 34%로 급증했고, KT는 5월 18%, 6월 18%, 7월 22%로 줄곧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경쟁이 활발해질 경우’를 전제로 했을 때에도 29%로 가장 낮았다. 반면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각각 33%, 32%를 기록했다.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소비자 인식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3차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출처=컨슈머인사이트]
이동통신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 4월 발생한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 이후 소비자 인식 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3차 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출처=컨슈머인사이트]

시장은 이러한 결과가 KT의 선제적인 보안 투자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KT는 수년간 통신 인프라의 안정성과 보안 기술 고도화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지난 15일에는 향후 5년간 약 1조원의 정보보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최근 SK텔레콤이 내건 7000억원보다 더 큰 규모다.

황태선 KT 정보보안실장은 "'이 정도면 괜찮다'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더 이상 고객의 신뢰를 지킬 수 없다"며 "KT는 보안을 기술의 문제가 아닌 기업 신뢰의 핵심 가치로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번 확보된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가입자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반기에도 KT의 실적 순항은 계속될 전망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신 산업의 경쟁 패러다임이 가격 중심에서 신뢰와 안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KT의 꾸준한 보안 투자가 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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