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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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 저장장치(ESS) 시장이 국내 배터리 업계에 새로운 기회로 급부상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ESS를 포함한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해 '안보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라는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하면서, 2026년부터 중국산 ESS 배터리 퇴출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ESS는 전기차 대비 안정적 수요와 높은 수익성을 갖춘 분야로, 국내 셀 업체들의 실적 반등을 이끌 '게임 체인저'로 부각되고 있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부터 청정전력 투자세액공제(ITC)를 적용해 ESS에 최대 50%까지 세액공제를 제공한다. 

다만 2026년부터는 ESS 부품에 금지된 외국 기관(PFE)이 45% 이상 개입하면 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해당 임계 비율은 2030년부터는 25%로 더욱 강화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착공하는 ESS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제조원가 중 금지된 외국 기관이 제공한 부품이나 자재가 45%를 초과하면 해당 프로젝트는 ITC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즉 배터리 셀, 인버터, 컨테이너 등 주요 구성품이 중국 등 금지된 외국 기관으로부터 공급되는 비중이 높을 경우 미국 정부로부터의 세제 혜택이 차단되는 셈이다.

이는 배터리가 ESS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중국산 배터리는 사실상 퇴출 수순에 들어간 셈이다.

여기에 ESS용 배터리에도 무역법 301조에 따라 2026년부터 관세율이 25%로 인상된다. 기존의 기본 관세, 상호관세, 보복관세 등을 합산하면 총 관세율은 58.4%에 이른다. 이에 따라 지난해 73달러였던 중국산 LFP 배터리 셀 공급 가격은 2026년 약 87달러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반면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국내 LFP 셀 가격은 85~90달러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어 가격경쟁력이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 업체들은 이미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에 ESS 전용 LFP 배터리 공장을 설립해 연간 17GWh 생산을 시작했고, 삼성SDI는 올해 말부터 NCA 기반 ESS 배터리 생산을 개시한 뒤, 2026년 하반기부터는 LFP 라인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북미 ESS 시장은 2024년 78GWh에서 2030년 153GWh로 확대될 전망이며, 한국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은 2024년 11%에서 2028년 55%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과 삼성SDI가 ESS 부문에서만 연간 6~7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무엇보다 ESS는 전기차 대비 수요 변동성이 낮고 B2B 비중이 높아 수익 예측이 용이하다. 특히 미국 내에서 독자 투자로 공장을 운영할 경우, AMPC 세액공제를 전액 인식이 가능하다.

반면 전기차 시장은 정책 불확실성으로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 트럼프 정부는 배출가스 규제 완화,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기존의 2030년 전기차 침투율 28%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하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미국 ESS 시장은 향후 국내 배터리 산업의 핵심 성장축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도 개선되고 있으며 LG엔솔, 삼성SDI는 업종 내 최선호주로 부각되기도 했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결국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와 ESS 중심의 에너지 인프라 전환은 국내 배터리 업계에 제2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며 "앞으로 점유율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도 구조적 상향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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