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긴 부진의 터널을 벗어난다. 올 2분기를 저점으로 3분기부터는 본격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범용 D램의 가격 반등에 따른 단기 실적 개선과 HBM(고대역폭메모리) 경쟁력 회복·파운드리 대형 수주가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 완만한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범용 D램의 귀환, 3분기 실적 견인

범용 D램 DDR5의 현물가 추이. [출처=미래에셋증권]
범용 D램 DDR5의 현물가 추이. [출처=미래에셋증권]

시장 회복의 가장 강력한 신호는 주력 제품인 D램에서 나타나고 있다. 4일 IT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해에만 2770억달러(약 383조원)가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면서 HBM뿐만 아니라 서버용 DDR5와 같은 범용 D램 수요까지 함께 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분기에 설비투자로 242억달러를 지출했으며, 3분기에는 3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는 "AI와 클라우드는 모든 산업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라며 "우리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장해 기술 선도 위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의 감산 효과와 잠재적인 미국 관세 리스크에 대비한 PC 제조사(OEM)들의 선수요가 맞물리며 D램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의하면 7월 말 PC용 8GB DDR4 모듈의 3분기 고정가 평균판매가격(ASP)은 전 분기 대비 38~43% 급등했으며, DDR5 가격 역시 한 자릿수 초중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범용 D램 사업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에게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 평균판매단가가 2분기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시장 가격 상승 효과는 3분기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HBM, 과거 부담 털고 미래 기술로 승부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출처=삼성전자]

그동안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으로 여겨졌던 HBM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HBM3E 12단 제품이 성능 문제로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경쟁사 대비 한 세대 뒤처진 1a(10나노급 4세대) D램 공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차세대 제품인 HBM4부터는 최신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을 적용해 기술 격차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는 전략이다. 1c D램은 1a D램에 비해 더욱 미세화된 공정 기술을 적용해 성능·전력 효율을 보인다.

1c 공정의 수율(완성품 비율)은 현재 안정화 단계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는 이러한 이유로 패키징 기술력이 뒷받침될 경우,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말 1c 공정 D램의 PRA(Production Readiness Approval)를 승인했다. PRA는 양산을 위한 내부 승인 절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개발 단계와 양산 단계는 엄연히 다르나, 삼성전자의 1c 공정의 수율이 올라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객관적인 사실로 볼 때 삼성전자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패키징 방식은 기존의 TC-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필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는 HBM4에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할 계획이었으나, 사업성 등을 감안해 TC-NCF를 계속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TC-NCF를 사용했음에도 불구,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패키징 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 수년 간 삼성이 지속적으로 TC-NCF에 대한 노하우를 쌓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키징 기술 또한 상당 수준 올라왔을 것으로 분석된다.

2분기 선제적으로 생산해 손실이 발생했던 HBM 재고 역시도 3분기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 손익 면에서는 재고자산 평가충당금과 같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실적이 전 분기보다 하락했다. 2분기 일회성 비용 인식은 보수적 재무정책 일환으로 반영했고, 3분기에는 그 규모가 큰 폭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신뢰 쌓아 중장기 성장 발판 마련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출처=삼성전자]

미래 성장 동력인 파운드리 사업에서는 의미 있는 성과들이 이어지고 있다. 최선단 공정과 레거시(범용) 공정을 모두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스위치 2'용 반도체(8나노)와 테슬라의 차세대칩(2나노)을 잇달아 수주했다.

파운드리는 고객사와의 신뢰와 공급 이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산업이다. 이번 대형 수주들은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입증하고, 향후 추가적인 빅테크 고객사 확보를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수주가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 관련 매출이 2027년부터 재무제표에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단기적 성과보다는 중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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