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스코이앤씨]](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163_689283_434.jpg)
포스코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감전, 추락 등 여러 건의 현장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인명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사고들이 단순히 현장 단위의 실수로 보기 어려울 만큼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고의 일상화' 속에서 기업 차원의 안전 시스템,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공시의 투명성까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안전보건 조직과 예산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3년, 2024년 보고서에도 유사한 문구가 반복된다. 하지만 구체적인 연도별 안전 예상 총액은 공시하지 않았다. 예산이 실제로 얼마나 증가했는지, 그 규모는 얼마였는지, 어떤 항목에 얼마나 집행됐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 투자 확대라는 선언은 반복되지만 숫자는 빠져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공시 관행은 안전 투자와 성과 간 연계를 검증할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문제다. 예산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였고, 그 결과 얼마나 사고가 줄었는지를 판단할 객관적 지표가 없다. 특히 최근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상황에서는 더욱 투명하고 정량적인 보고가 요구된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163_689286_555.png)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과 비교하면 이 같은 문제는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현대건설의 경우 상장사라는 점에서 비상장사인 포스코이앤씨와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지만, 일단 현대건설은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연간 안전보건 예산 1330억원'이라고 명시했으며, 사고 발생 건수와 연도별 안전 지표도 구체적으로 기재하고 있다. 활동 내용 역시 '안전·보건 경영방침 이사회 보고', '상반기 안전문화 정착활동 보고' 등으로 정리돼 있다.
포스코이앤씨와 동일한 비상장사인 롯데건설은 이사회 보고 체계와 내부 통제 항목별 실적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이사회 보고 횟수', '위험성 평가 실시 현황' 등은 물론, '고위험 작업 사전승인제 운영'과 같은 구체적 활동 내용이 실적 단위로 제공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포스코이앤씨와 마찬가지로 '예산 총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CEO 직속 안전관리 조직 체계' 와 '임직원 교육 이수자 수', '스마트 안전장비 확대 실적' 등은 연도별로 제시됐다. 또 사고 발생 시 대응 체계와 안전 리더십 강화 방안 등도 별도 서술돼 있다.
반면 포스코이앤씨는 '스마트 안전장비 확대', '위험성 평가 고도화', '안전 교육 강화' 등 정성적 서술에 그친다. 각 사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집행됐는지, 예산과 활동 간 연결고리는 없다. 총액·현장별·항목별 수치가 모두 누락돼, 투자 효과를 파악할 수 없다. 즉, 예산 총액의 비공개 여부는 일부 비상장사에 공통적일 수 있으나, 포스코이앤씨는 다른 회사들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정량 데이터조차 빠져 있다는 점에서 더 낮은 수준의 정보 공개로 평가된다.
물론 현행 자본시장법상 비상장사는 사업보고서 내 주요 경영정보 공시 의무에서 제외된다. 포스코이앤씨 역시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되지 않은 기업으로, 이번 보고서도 법적 강제력이 없는 자율공시 형식이다. 문제는 이 같은 자율공시임에도 불구하고 안전 관련 조직 개편과 예산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정량 데이터는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보공개 수준을 둘러싼 신뢰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는 정부가 단계적으로 강화 중인 ESG 공시 로드맵에서도 사각지대로 남는 부분이다. 고용노동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고 보고 및 개선계획 제출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대외 공시 의무와는 무관하다. 외부에서는 기업의 안전 성과를 실질적으로 추적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시 불투명성이 실질적 현장 안전성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한 광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달 외국인 노동자가 감전 추정 사고로 의식불명에 빠졌으며, 같은 해에만 4명이 사망하는 등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3년치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사고 발생 건수나 피해 규모, 발생 원인 분석 등은 없다. 예산이 효과를 냈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사고의 심각성을 기업 문서에서 감지하기도 어렵다. '스마트 안전장비'와 '조직 확대'는 있었지만, 그 결과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한 건설안전 전문가는 "건설 현장의 안전은 단순히 돈을 얼마나 썼느냐가 아니라, 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고, 어떤 결과를 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 결과를 드러내지 않는 기업은 사고 책임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