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의 ‘반도체 100% 품목 관세’라는 돌발 변수를 만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의 ‘주포’인 반도체 산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호관세 협상 타결과 소비 회복세에 힘입어 형성됐던 낙관론이 한순간에 꺾였다는 분석이다.

10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발언의 파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번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새 정부 성장전략과 함께 발표될 예정인 올해 성장률 전망치에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난 1월 성장률을 1.8%로 제시했으나, 1분기 GDP 역성장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2분기 성장세 개선과 소비 회복 조짐, 상호관세 타결 등에 힘입어 1%대 전망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삼성증권(1.1%) 등 국내 증권사와 해외 IB들도 잇따라 올해 한국 성장률을 1%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하지만 ‘100% 관세’라는 직격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정부는 최근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최혜국 대우(15%) 약속을 받아냈다는 점,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기업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등을 근거로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미국 내 생산거점을 확보했거나 건설 중이라는 점도 긍정 신호로 본다.

그럼에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게 내부 기류다.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 협상 스타일로 기존 합의가 뒤집히거나 세부 조건이 바뀌는 사례가 잦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미국과 15% 관세에 합의했지만, 실제로는 기존 관세에 추가되는 ‘추가분’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한국 역시 농산물 시장 개방 등에서 미국과 해석 차를 드러내고 있다.

문제는 이번 품목관세의 세부 방침이 공개되지 않아 불확실성이 더 크다는 점이다. 관세 면제 대상이 미국 내에서 생산된 반도체로 한정되는지, 아니면 생산기지 건설을 약속한 기업의 전 제품에 적용되는지도 불분명하다. 아직 미국 내 생산시설이 충분치 않은 한국 입장에서는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관세 충격을 성장률 전망에 반영할 경우, 당초 정부 목표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 1%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새 정부의 첫 성장률 전망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1%대 유지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