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계동사옥.[출처=현대건설]](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4820_691179_3213.jpg)
현대건설이 상반기 정비사업의 본PF(프로젝트파이낸싱) 전환을 마무리하며 보증 리스크를 털어냈다. 지난해까지 수천억원 규모로 남아 있던 중도금대출 보증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PF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고금리와 미분양 증가로 업계 전반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현대건설의 본PF 전환은 하반기 분양 성과와 신용도 평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건설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정비사업 중도금대출 보증은 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781억원이던 보증 규모가 불과 반년 만에 전액 소멸한 것이다. 이는 정비사업들이 브릿지론(중도금 대출) 단계에서 본PF로 전환되면서 보증 부담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브릿지론은 착공 전까지 자금을 연결하는 단기 금융으로, 본PF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건설사가 장기간 보증을 떠안게 된다. 최근 고금리와 미분양 증가, 금융권의 여신 심사 강화로 본PF 전환이 지연되는 사례가 늘면서 업계 전반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건설이 상반기에 정비사업 전액과 기타사업 상당 부분을 본PF로 전환한 것은 재무 안정성을 높이는 중요한 조치로 평가된다.
본PF 전환은 단순히 회계상 보증 소멸에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과 장기 자금조달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로, 사업 안정성이 금융권으로부터 인정받았음을 뜻한다. 본PF 단계에 들어선 사업장은 착공과 분양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실적 가시성과 분양 성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 강남·용산 등 정비사업이 몰린 주요 사업지가 본PF로 넘어간 만큼, 하반기 실적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정비사업뿐 아니라 기타사업에서도 본PF 전환에 속도를 냈다. 같은 기간 기타사업 보증액은 3274억원에서 1295억원으로 줄었다. 서울 가양동 CJ 부지 복합개발(약 2조8000억원 규모)과 은평 시니어레지던스 등이 최근 본PF로 전환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부 현장이 여전히 브릿지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절반 이상은 본PF로 넘어가며 우발부채 총액은 1조원 이상 감소했다. 상반기 동안 현대건설이 줄인 PF 관련 보증 규모만 9700억원에 달한다.
이 같은 보증 축소는 재무지표에도 직접 반영됐다. 지난 6월 말 연결 기준 부채총계는 16조3935억원, 자본총계는 9조7646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79.3%에서 167.9%로 낮아졌다. 차입금은 3조3421억원이지만 현금및현금성자산이 3조2268억원에 달해 순차입금은 1153억원에 불과하다. 순차입금비율 1%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에 가깝다는 평가다.
PF 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대건설의 '보증부담 제로'는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건설업계는 최근 부동산 시장 위축과 금융권의 PF 심사 강화로 전환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어 현대건설의 사례가 타사 대비 안정적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PF 전환이 지연되는 사업장이 늘어나는 가운데 현대건설이 정비사업 보증을 모두 털어낸 것은 의미가 크다"며 "부채비율 안정세와 함께 순차입금 규모도 미미한 수준인 만큼, 하반기 분양 실적과 신용도 평가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