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출처=연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에 걸친 미국 장기 출장 직후 내년 사업 준비 계획을 언급, 하반기 반등을 노리는 삼성 반도체 전략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번 발언이 AI 반도체를 축으로 한 글로벌 빅테크 협력 강화와 미국 현지 투자 확대 구상을 드러낸 동시에, 반도체를 핵심 축으로 한 '뉴삼성' 재건 작업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2년간 범용 메모리·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주요 사업에서 부진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회사는 내년을 목표로 모든 사업의 전략적 포커스를 조정하고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달 29일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해 한미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했으며,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 보냈다.

이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서 미국 워싱턴DC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에 머물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엔비디아 젠슨 황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글로벌 빅테크 수장들과 연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내년도 사업 준비' 언급은 AI·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협력 논의의 핵심성과를 방증하며, 반도체 중심 전략 가속화를 시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엔비디아가 진행 중인 5세대 HBM3E 12단 제품의 품질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모건스탠리, 홍콩 GF증권 등 글로벌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HBM3E의 '8월 테스트 통과설'에 무게를 싣고 있다.

HBM4의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정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에 메모리, 파운드리 사업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동시에 6세대 HBM4 샘플도 이미 전달한 상태다.

내년 삼성 반도체 부문의 완전한 부활을 위해선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에 진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엔비디아의 저사양 AI 가속기 '블랙웰'의 중국 수출 허용 가능성을 시사한 점에 주목한다. 

중국향(向) 물량 확대가 불가피해질 경우, 엔비디아가 삼성 HBM 채택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는 삼성 반도체의 턴어라운드에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출국 전날 테슬라와 22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2033년까지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차세대 AI칩 'AI6'를 생산하기로 했다. 출장 기간 중에는 애플 아이폰 차세대 이미지센서용 칩 수주 소식이 전해졌으며,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업계는 이재용 회장이 빅테크 CEO들과의 협의를 통해 내년 이후 반도체 사업 구상의 큰 틀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 확대 시점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에 제2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기존 투자 규모는 370억달러(약 51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총 투자액이 500억달러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첨단 2나노 공정 라인 증설이나 첨단 패키징 시설 확충을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테일러 공장 투자는 기존 2025년 설비투자 계획 내에서 집행할 예정이다. 다만 테일러 가동 시점을 고려해 2025년보다 2026년 설비투자 규모가 더 증가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첨단 반도체 수주가 이어질 경우, 현지 투자 규모가 한층 커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세탁기 등 가전 공장 투자 확대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전략적 중요성과 규모를 감안하면 파운드리 중심 투자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추가 투자 요구가 지속될 것이란 예측도 많아, 삼성 역시 대응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이 회장의 해외 장기 출장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휴머노이드 로봇, 모빌리티 등 피지컬 인공지능(AI)과 스마트홈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독일 플랙트그룹(15억 유로, 약 2조 4000억 원)을 인수하며 영토 확장을 재개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주나 다음 주 중 삼성의 투자 확대 발표가 있을 수 있으며, 오는 24~2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전후에 공식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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