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마그룹 부자(父子)의 첫 독대는 ‘화해의 무대’가 아닌 ‘소송전의 전초전’으로 귀결됐다. 윤동한 회장이 “행동 없는 사죄는 의미 없다”고 선을 그은 반면, 윤상현 부회장은 주총 강행 의지를 꺾지 않았다. 단독 회동 이후 오히려 맞불 가처분 소송이 이어지면서 갈등은 법원으로 무대를 옮겼다. [출처=EBN]](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181_691582_5732.jpg)
콜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부자 독대를 기점으로 오히려 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 12일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과 장남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첫 단독 회동을 가졌지만 갈등 봉합에는 실패했고 법정 다툼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번 분쟁의 불씨는 지난 5월 2일 윤 부회장이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 선임을 위해 임시주총 소집 허가 소송을 대전지방법원에 제기하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윤 회장이 같은 달 3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장남의 ‘여동생 퇴출’ 행보에 제동을 걸었다. 핵심 내용은 장남에게 준 지주사 콜마홀딩스 주식을 돌려달라는 것. 이는 단순히 가족 간 감정의 충돌을 넘어 지배구조와 소유권 문제로 직결되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두고 “윤 부회장이 콜마홀딩스를 중심으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우는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윤 회장이 낸 주식반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10월 23일 열릴 예정이다.
법정 다툼은 곧바로 경영권 이슈로 이어졌다. 지난달 25일 대전지법은 콜마홀딩스가 낸 임시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받아들여 콜마비앤에이치가 다음 달 26일까지 주총을 열도록 결정했다.
윤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계획이다.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해 경영권 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윤 회장과 윤여원 콜마비앤에이치 대표도 이에 맞서 이달 11일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청 내용은 임시주총 소집 및 개최 절차 금지, 윤상현·이승화 이사 선임 안건 상정 금지, 안건 처리 시 찬성 의결권 행사 금지 등이다. 임시주총 자체를 무력화해 아들의 경영권 확대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아울러 19일에는 윤 회장이 대전지법에 본인을 포함한 5명을 콜마비앤에이치 사내이사로 선임해 달라며 임시주총 소집허가를 신청했다.
12일 진행된 부자 독대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성과 없이 끝났다. 윤 부회장이 아버지에게 사과 의사를 전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이나 타협안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진정한 화해와 신뢰 회복은 말뿐인 사죄가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 필요하다”며 냉랭한 입장을 고수했다.
상황은 곧바로 법정으로 옮겨갔다. 콜마홀딩스는 독대 직후인 18일 대전지법에 콜마비앤에이치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추가로 제기했다.
이는 임시주총에서 표 대결에 대비하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사실상 양측이 정면충돌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세력 결집에 나섰다”고 봤다.
현재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 부회장이 31.75%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윤여원 대표의 지분은 7.60%, 윤 회장의 지분은 5.59%다.
지난 2018년 체결한 가족 간 경영 합의서를 놓고도 서로 해석이 엇갈린다.
이 합의서에는 “윤상현은 콜마홀딩스 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윤여원이 윤동한으로부터 부여받은 콜마비앤에이치 경영권을 적절히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협조해야 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윤 회장과 윤 대표는 이를 근거로 윤 부회장이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해당 조항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지 않으며 독자적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9월 임시주총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
콜마홀딩스가 최대주주라는 점에서 윤 부회장 측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지만 가처분 인용 여부에 따라 상황은 정반대로 펼쳐질 가능성도 크다. 법원이 임시주총 소집 절차나 의결권 행사에 제동을 걸 경우 윤 회장 측이 다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업계는 결국 법원의 판단이 콜마그룹 지배구조 향방을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가족 간 감정싸움이 아니라 콜마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을 둘러싼 본질적 문제”라며 “법원의 결정 하나가 그룹 경영의 근본 틀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