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제공=연합]
▶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 모습. [제공=연합]

HDC현대산업개발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에 대한 대법원 유죄 판결로 법적 책임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고 재판 등 안전 리스크와 부정적 이미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 그럼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은 강남권 재건축 재진입을 노리며 성수1지구, 개포 우성4차 등과 함께 특히 수조 원대 규모의 송파 한양2차 재건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송파 한양2차는 강남권 최대어로 평가되는 상징적 사업으로, 수주 성공 시 신뢰 회복과 브랜드 재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과거 방배신삼호 사례처럼 조합원 표심을 얻지 못하면 불신이 재확인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는 이번 사업을 HDC현산의 도약 여부를 가를 '시험대'로 보고 있으며, 안전관리 역량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것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이후 4년여 만에 원청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에 대한 법적 책임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현장소장과 안전·공무 부장 등 원청 관계자들에게 징역형과 집행유예, 벌금형을 선고하며 사건의 형사 책임을 마무리했다. 법인에 대한 벌금 2000만원도 유지됐다.

이번 사건은 2021년 6월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현장에서 발생했다. 공정 단축과 공사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 보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철거가 진행되면서, 5층 건물이 한순간에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재판부는 "안전을 경시한 조직문화가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책임은 종결됐지만, HDC현산의 과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재판과 서울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이 남아 있는 데다, 대형 안전사고의 부정적 이미지가 시장 신뢰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DC현산은 서울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이 송파 한양2차 재건축이다. 이 단지는 강남권 대표 노후 아파트 단지로, 사업 규모만 수조 원대에 달한다. 입지 가치와 사업성 측면에서 '강남권 최대어'로 꼽히는 만큼, 시공권 확보 여부가 향후 HDC현산의 입지를 결정지을 바로미터로 평가된다.

송파 한양2차는 단순한 재건축 수주를 넘어 HDC현산의 브랜드 재건 프로젝트에 가깝다. 지난 2014년 강남구 상아3차 재건축 이후 10년 넘게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발을 들이지 못한 HDC현산이 다시 한번 강남 재입성을 노리는 상징적 무대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번 수주에 성공한다면 학동·화정 사고로 흔들린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지만, 실패한다면 브랜드 불신이라는 낙인이 다시 한번 뚜렷해질 수 있다.

문제는 조합원들의 심리다. 지난해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총회에서 시공사 지위를 놓친 전례가 있다. 이는 조합원들이 여전히 안전사고 이력을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다. 송파 한양2차 역시 조합원 총회라는 최종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단순한 가격 경쟁력이나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재건축 조합원들은 단순히 집을 새로 짓는 수준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생활 기반이 될 아파트를 선택한다. 따라서 ‘안전’은 브랜드 못지않게 중요한 의사결정 요소다. 특히 강남권은 고급 주거지로서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안전관리 역량은 핵심 잣대로 작용한다. 학동·화정 참사로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HDC현산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일각에서는 송파 한양2차를 'HDC현산의 운명을 가를 사업'으로 본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강남권에서 다시 도약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시장 신뢰 회복은 더욱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HDC현산이 송파 한양2차에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전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또다시 조합원 표심에서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송파 한양2차는 단순한 재건축 사업이 아니라 HDC현산에게는 사실상 이미지 회복의 무대"라며 "과거의 사고와는 다른 체질 개선, 실질적 안전관리 시스템을 얼마나 조합원들에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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