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직접 발주도 거론…미 관련법 개정 가능성 커져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세 번째)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두 번째)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네 번째)의 안내로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둘러봤다. [출처=한화]](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5862_692385_1740.jpg)
지난 25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 번 한국과의 조선 협력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커지는 중국 해군력에 대한 위기감과 미국 조선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조선산업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할 것이라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내에서 미국 노동자를 활용해 선박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선박은 한국 조선소에 직접 발주하고 일부는 한국 조선업체의 투자와 현지 건조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미국 국방부에 따르면 중국 해군은 현재 370척 이상의 함정과 잠수함을 보유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오는 2030년에는 435척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미 해군은 올해 기준 296척으로 의회조사국(CRS)은 미래 전장 대응에 최소 381척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했다. 미 해군의 함정 수는 2027년 283척까지 줄어든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할 예정이다.
냉전 이후 경쟁력을 상실한 미국 조선업은 함정뿐 아니라 상선 건조에서도 뒤처졌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민간 선박 건조량은 글로벌 시장의 0.1%에 불과하다.
같은 해 중국은 53.3%, 한국은 29.1%를 기록하며 글로벌 조선업을 주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 대전 때는 하루에 한 척을 건조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개탄한 것도 이 같은 현실 때문이다.
바이든 전 행정부도 조선 협력을 추진했지만 존스법 등 외국산 선박 구매 제한 규제와 미국 정치권의 반발로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관행을 무시하는 특유의 스타일로 한국산 선박 구매를 공식 언급한 만큼 행정 권한이나 공화당을 통한 법 개정 추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현지 생산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우려해왔다. 낙후된 조선소와 숙련 인력 부족, 산업 생태계 부재 등이 걸림돌이다.
이에 협력 초기에는 한국에서 모듈 형태로 선박을 제작해 미국에서 최종 조립만 하는 방식, 또는 한국 조선소 직접 발주 등이 대안으로 논의돼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한국 조선업체에 가장 유리하고 미국에도 신속히 선박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조선·해양 산업 강화를 위한 범부처 계획과 백악관 조선사무국 설치를 명령한 바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의 조선 협력을 언급한 것은 미·중 해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조선 동맹이 새로운 전략적 축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