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중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의 새 판이 열리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엔진·부품·철강 구조재 등 기자재 업계와 중견 조선사들도 동반 수혜가 예상된다.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이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마스가 수혜지도’ 시리즈를 통해 한미 조선업 협력 시대,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기자재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혜의 지형을 차례로 조명한다.[편집자주]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세 번째)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두 번째)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네 번째)의 안내로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둘러봤다. [출처=한화]
존 펠런 미국 해군성 장관(왼쪽 세 번째)과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장(두 번째) 등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네 번째)의 안내로 지난달 30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를 둘러봤다. [출처=한화]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와 함께 국내 조선업계 전반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말 한미 무역협상을 통해 미국에 제안된 '마스가' 프로젝트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국내업체들의 현지 투자 및 양국 산업간 협업구조 윤곽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 3사는 미국 내 현지 조선소 인수 또는 신설을 통한 생산 시설 구축을 비롯해 숙련인력 양성,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등 전방위적인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조선업 전반을 아우르는 대규모 협력 패키지다. 당초 1000억 달러 수준에서 논의됐으나, AI 자율항해 기술과 친환경 선박 기자재까지 포함되며 규모가 1500억 달러로 확대됐다. 미국의 노후화된 조선 인프라와 붕괴된 공급망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가 핵심 파트너로 지목된 셈이다.

조선 빅3는 곧바로 태스크포스를 가동해 조 단위 전용 펀드 투자처를 물색하며, 미 해군 유지·정비(MRO) 사업 확대와 미국 현지 조선소 진출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대형 조선사들의 해외 진출에만 그치지 않고, 중소형 조선사와 기자재 업체들에게까지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진·부품·철강 구조재 등 핵심 기자재는 단기간 내 현지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 초기 단계에서는 상당 부분 한국에서 공급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기자재 업체와 중견 조선사의 참여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정부는 'MRO 전용 중형 조선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경남 창원 케이조선, 부산 HJ중공업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미 해군의 군수지원함 정비와 같은 고부가가치 MRO 사업은 대형 조선사와의 협업 체계를 갖춘 중형 조선소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이들 기업이 마스가의 수혜처로 부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는 인력, 인프라, 기자재 공급망이 모두 부족해 단기간 내 독자적인 조선 생태계 복원이 불가능하다"며 "한국의 기술과 기자재 산업이 미국 시장과 결합하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감은 증시에서도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 HJ중공업 주가는 9개월 만에 7배가 뛰었고, 대한조선 역시 상장 직후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태광(선박용 배관), 삼영엠텍·케이에스피(조선 엔진 부품), 화인베스틸(선박 구조재) 등 기자재 업체들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에서는 마스가 프로젝트가 구체화될 경우 이들 기업이 수혜 가시권에 자리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형 조선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미 해군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USNS 앨런셰퍼드'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첫 성과를 거뒀고, 한화는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전진기지로 삼아 연간 건조 능력 확충에 나섰다. 

삼성중공업 역시 LNG 부유식 생산·저장·하역설비(FLNG)를 앞세워 미국 내 협력 채널을 확대하고 있다. 대형사들이 포문을 연 가운데 중견·기자재 업체들 역시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용 펀드 구체화, MRO 거점 확보, 기자재 협력 모델 등은 모두 장기적 협력의 기반"이라며 "정부·대형사·중견사·기자재 업계가 원팀으로 움직여야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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