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중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의 새 판이 열리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엔진·부품·철강 구조재 등 기자재 업계와 중견 조선사들도 동반 수혜가 예상된다.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이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마스가 수혜지도’ 시리즈를 통해 한미 조선업 협력 시대,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기자재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혜의 지형을 차례로 조명한다.[편집자주]
![세진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LPG화물창 모습. [출처=세진중공업]](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490_693124_849.jpg)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본격화되자 미국 조선업의 ‘빈칸’을 메울 한국 기자재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조선업 재건을 서두르고 있지만, 수십 년간 쇠퇴하며 공급망이 사실상 붕괴된 탓에 필수 기자재를 자체 조달하기는 어렵다. 선박 한 척에는 수천 개의 부품이 필요하고, 구조재·블록·배관·보냉재 등은 안정적 건조를 뒷받침할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선소만 세워서는 배가 나오지 않는다”며 기자재 공급망의 복원이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 역시 단기간 내 공급망을 재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K-기자재 업체들이 마스가 프로젝트의 실질적 수혜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매년 수백 척을 건조하던 시절과 달리, 연간 건조량이 두 자릿수에 그치며 민간 시장 점유율도 1% 미만으로 추락했다. 생산시설과 인력은 물론 기자재 공급망마저 붕괴된 상태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에서 선박을 살 것이지만, 한국이 미국에서 우리 노동자들을 통해 선박을 만들게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 선박 구매와 함께 현지 건조 원칙도 강조한 것.
하지만 인력과 시설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엔진·후판·배관·보냉재 같은 핵심 기자재를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조차 한국 기자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미국 진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현지 신규 조선소 설립이나 기존 조선소 인수 방안이 거론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망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도 부각됐다.
특히 미국이 일정 비율 이상의 현지 조달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국내 기자재 업체들의 동반 진출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동성화인텍이 조선사에 공급하는 보냉재 NO96 TYPE. [출처=동성화인텍]](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490_693127_109.jpg)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히는 기업 중 하나는 화인베스틸이다. 이 회사는 조선용 형강을 주력으로 생산하며, 선박의 몸체를 이루는 후판을 지지하는 핵심 부품인 인버티드앵글을 국내 주요 대형 조선사와 중소 조선소에 납품한다.
HD현대, 한화오션 등 조선소들의 수주 물량이 급증하면서 화인베스틸의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8.8% 증가한 463억 원을 기록했다. 판매량 역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미국의 철강 자급도가 낮은 점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소를 통한 선박 발주뿐만 아니라 미국 현지 건조 프로젝트에서도 추가 수혜가 기대된다.
태광은 산업용 배관 피팅 전문업체로, 다양한 선종의 핵심 기자재인 배관자재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에 공급하고 있다. 글로벌 수출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으며, 친환경 연료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배관 수요는 구조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진중공업은 초대형 블록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분업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향후 미국 조선소의 신설·인수 과정에서 블록 공급이 병행된다면 세진중공업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원 주거공간인 덱하우스를 비롯해 각종 블록과 LPG/LNG 운반선 탱크를 제조하며, 울산에 약 20만 평 규모의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폭 80m, 길이 100m 규모의 안벽 시설을 갖춰 대형 바지선 2척을 동시에 접안할 수 있다.
동성화인텍과 한국카본은 LNG 운반선 및 LNG 추진선에 탑재되는 LNG 탱크용 초저온 보냉재를 국산 기술로 제조하는 글로벌 강자다. 미국이 LNG 수출 확대를 추진하면서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만큼, 두 회사 역시 본격적인 수혜가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