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중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의 새 판이 열리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엔진·부품·철강 구조재 등 기자재 업계와 중견 조선사들도 동반 수혜가 예상된다.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이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마스가 수혜지도’ 시리즈를 통해 한미 조선업 협력 시대,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기자재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혜의 지형을 차례로 조명한다.[편집자주]
![선박용 엔진 [출처=한화엔진]](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6107_692671_3040.png)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 가동되면서 선박 엔진과 엔진 부품업체들이 조용한 수혜처로 떠오르고 있다.
선박의 심장에 해당하는 엔진은 신조와 유지·보수·정비(MRO) 모두에서 핵심 기자재다. 조선업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이미 동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스가 수혜까지 더해지며 성장 모멘텀이 한층 강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LNG·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전환 수요가 겹치면서 엔진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업계는 미국의 부족한 공급망과 노후화된 설비를 감안하면 엔진 분야는 사실상 한국 의존이 불가피하다며 수혜를 점친다.
마스가 프로젝트는 엔진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 발의된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과 미 해군의 군함 건조 계획을 종합하면 미국은 오는 2037년까지 상선, LNG 운반선, 해군 군함 등을 포함해 최소 403척, 최대 448척의 신규 발주가 예상된다.
여기에 MRO까지 합치면 엔진 교체와 부품 정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신조가 늘면 엔진과 부품이 함께 따라붙고, MRO는 교체·정비 시장이어서 두 축 모두 엔진사들에게 기회"라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의 LNG선 발주 등에 따른 친환경 엔진 수요가 주목할 만하다. 미국의 LNG 수출 프로젝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발주가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LNG 운반선 건조를 자국 내에서 추진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수출 물량 급증에 따라 전량 자체 건조는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이 엔진과 발전기 등 핵심 동력계를 수출하거나 기술 협력 형태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특히 친환경 엔진 분야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고, 중국조차 상당 부분 한국산 엔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기회 요인으로 꼽는다.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한화엔진(옛 HSD엔진)이다. 한화엔진은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저속엔진 제조사 가운데 하나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한다. 특히 이중연료 엔진과 암모니아·수소 연료 대응 기술에서 선도적인 개발 실적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오션과의 계열 시너지를 통해 LNG 운반선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등에 탑재되는 차세대 엔진 납품을 확대하고 있으며, 친환경 연료 엔진 전환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엔진 부품 업체들도 주목받는다. 케이에스피(KSP)는 1991년 설립 이후 선박 엔진 핵심 부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기업이다. 매출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은 엔진 부품으로, 선박용 저속엔진의 필수 부품인 배기밸브스핀들과 밸브시트링을 제조·공급한다.
HD현대중공업, 한화엔진, STX중공업 등 글로벌 선박 엔진사를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특히 선박 저속엔진의 글로벌 원천기술 보유사인 WinGD와 MAN으로부터 인증을 받아 신뢰도를 자랑한다. 지난해 생산 능력을 약 두 배 규모로 확충하면서 외형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삼영엠텍은 선박 엔진 구조재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 대표 기업이다. 회사의 주력 제품은 메인베어링서포트(MBS)로, 이는 선박 및 발전용 대형 내연기관의 엔진 블록에 조립돼 크랭크샤프트의 메인베어링을 지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조선사를 포함한 국내외 대형 선박엔진 제조사 및 조선사에 납품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장에 납품 경험이 많아 기술 신뢰도가 높다.
최근 증시에서도 엔진 및 부품주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한화엔진은 지난 22일 4만28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했고,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케이에스피와 삼영엠텍 역시 마스가 기대감과 친환경 선박 발주 확대 전망에 힘입어 연일 거래량이 늘며 투자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조선 슈퍼사이클에 이어 마스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 엔진·부품 업체들의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추가 상승 여력을 점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