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가 집중될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업계의 새 판이 열리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의 미국 진출이 현실화될 경우 엔진·부품·철강 구조재 등 기자재 업계와 중견 조선사들도 동반 수혜가 예상된다. 증시에서도 관련 종목이 빠르게 반응하며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본지는 ‘마스가 수혜지도’ 시리즈를 통해 한미 조선업 협력 시대, 대형사뿐 아니라 중견·기자재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혜의 지형을 차례로 조명한다.[편집자주]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이 지난 4월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네 번째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다섯 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 [출처=HJ중공업 ]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준장)이 지난 4월 HJ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방문했다. (왼쪽부터 네 번째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과 다섯 번째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 [출처=HJ중공업 ]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속도를 내면서 국내 중형 조선사들이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 진출과 신조 중심 전략을 강화하는 사이, 미 해군 유지·정비(MRO) 전용 조선소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며 HJ중공업, 케이조선 등이 핵심 후보로 부상했다. 각사가 쌓아온 업력과 특화 역량이 마스가 협력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른 것.

부산 영도에 기반을 둔 HJ중공업(옛 한진중공업)은 50년간 1200척 이상의 함정을 건조하며 특수선 분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왔다. 중소형 군수선은 물론 대형수송함과 전투함까지 다양한 함정 건조·정비 경험을 축적했다.

올해 들어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했으며, 회사는 연내 미 해군과 MSRA(함정정비협약) 체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보유한 도크는 대형 조선소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특수선의 경우 중형 이상급 건조·수리에 전혀 무리가 없다. HJ중공업은 도크와 야드 여유가 충분해 MRO 수요에 신속 대응이 가능하고, 자동화 용접·전기계통 개조 등 첨단 설비 역량도 확보해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해군 MRO에서 검증된 만큼 마스가 프로젝트의 유력한 파트너"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지난달에는 부산·경남 지역 조선·기자재업체 10곳과 'MRO 클러스터 협의체'를 출범해 기술·인력·시설을 공유하며 공동 대응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지역에 밀집한 블록 제작·배관·철 구조물 업체들과 연계해 MRO 수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케이조선은 한때 국내 4대 조선소로 꼽히던 STX조선해양의 후신이다. 2013년 조선업 불황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간 뒤 2016년 기업회생 절차를 거쳤고, 2021년 유암코·KHI 컨소시엄에 매각되며 새 출발을 했다.

경남 진해에 자리한 케이조선은 해군기지와의 지리적 인접성이 강점이다. 진해는 미군 방공망 영향권 안에 있어 전략적 가치도 크다. 케이조선은 PC선·가스선 등 중소형 상선을 주력으로 하지만, 2018년 특수선 사업을 접기 전까지 호위함·유도탄고속정·해경 경비함 등을 건조했고, 콜롬비아·페루 등에 연안 경비정을 수출한 경험도 있다.

시설 경쟁력도 눈길을 끈다. 최대 385m 드라이독과 항만 배후 부지를 보유해 대형 함정 정비가 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같은 시설 보안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업계는 케이조선이 MRO 전용 거점뿐 아니라 블록 건조를 통해서도 미 해군 신조 시장에 참여할 수 있다고 본다.

케이조선 진해조선소. [출처=케이조선]
케이조선 진해조선소. [출처=케이조선]

SK오션플랜트도 연내 미 해군 MRO 시장에 도전한다. 올해 말부터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 입찰에 나서고, 2026년 말까지 MSRA 협약을 체결해 2027년부터 연간 4~5척 규모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2017년 방산업체로 지정된 뒤 해군·해경에 30여 척을 인도하며 역량을 입증했으며, 현재는 울산급 배치-Ⅲ 후속함 3척을 건조 중이다. 최근에는 미국 방산기업 제너럴다이내믹스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으며 미 해군 정비시장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한때 가동이 중단돼 지역 경제 침체의 상징이던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역시 마스가 프로젝트의 잠재적 후보로 떠올랐다. 대형 도크를 갖춘 군산조선소는 함정 정비는 물론 신규 건조까지 병행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다.

정부와 업계가 중형 조선소를 중심으로 MRO 전용 거점을 세울 경우, 대형사가 맡기 어려운 정비 수요를 분담하면서 국내 조선업 생태계 균형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신조 중심 글로벌 경쟁에 집중하고, 중견 조선사는 비전투함 정비와 블록 건조 등 역할을 분담한다면 마스가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형 조선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마스가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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