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가 건조한 1600TEU급 컨테이너선. [출처=HD현대미포 ]](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6700_693370_122.jpg)
국내 중형조선산업이 수주 절벽과 구조적 불균형이라는 이중의 도전에 직면했다.
올 상반기 중형선박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고, 그나마도 HD현대미포에 집중되면서 일반 중형조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는 합병, 방산 확장 등 구조 재편을 통한 변화의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
1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의 중형선박 수주량은 33척, 68만CGT로 전년보다 49.8% 감소했다.
세계 발주량이 같은 기간 69.3% 급감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지만, 선종별 편중은 심했다.
지난해 전무했던 중형 컨테이너선은 16척, 30만CGT를 수주하며 가장 활발한 흐름을 보였으나, 중형가스선은 24만CGT로 15.8% 줄었고 중형탱커는 15만CGT로 85.6% 급감했다.
조선사별로는 HD현대미포의 독주가 두드러졌다. HD현대미포는 컨테이너선과 가스선 전량을 수주하며 54만CGT를 확보, 국내 중형선 수주의 78.6%를 차지했다. 반면 중형조선사들이 거둔 실적은 MR탱커 6척, 15만CGT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보다 40.6% 줄어든 수치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국내 전체가 11.2%로 4년 만에 두 자릿수를 회복했지만, HD현대미포가 8.8%를 차지했고 중형사는 2.4%에 불과했다. 수주액으로 보면 중형조선사 비중은 0.8%에 그쳐 집계 이후 처음 1% 아래로 떨어졌다.
건조량은 20척, 58만CGT로 30.4% 늘었지만 이는 과거 수주잔량을 소화한 결과일 뿐 신규 수주 부진을 가리기 어렵다. 상반기 말 기준 수주잔량은 63척, 168만CGT로 연초보다 20.3% 줄며 약 2년치 일감만 남았다.
문제는 HD현대미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HD현대미포는 HD현대 계열사로 설계, R&D, 자금력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보고서를 작성한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일각에서는 현대미포만으로도 국내 중형조선산업을 지탱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안보와 산업 차원에서 중형·소형조선의 유지와 발전은 필수적"이라며 "국내 중형조선산업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지원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반에서는 구조 재편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HD현대중공업과 합병을 추진해 대형·중형을 아우르는 종합 조선사로 변모할 예정이다. 특히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추진 속에서 한국형 '방산 중심 대형화 모델'을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국 군사 전문지 제인스(Janes)는 향후 10년간 2100여 척, 약 36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함정 발주가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해군력 증강과 아시아·중동 지역의 해양 방산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다. HD현대는 이를 기회로 삼아 2035년까지 방산 분야 매출 10조원을 달성한다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HJ중공업도 변화 흐름에 올라타고 있다. 방산 부문 역량 강화를 통해 군수 지원선, 특수 목적선 등 전략 선종에 집중하며 '해양방산 전문 조선사'로의 도약을 노린다. 함정 수출과 동시에 미국 해군의 MRO(정비·정비지원)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중형조선사들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정책을 주문했다. R&D, 인력 양성, 자금 지원을 통해 선종 다변화와 신시장 개척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