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엔진 [출처=한화엔진]
선박용 엔진 [출처=한화엔진]

국내 선박엔진업계가 중국향 발주 증가와 친환경 선박 수요 확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매출 상당 부분이 중국에 집중된 가운데,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잠재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선박엔진업체들의 실적은 일제히 개선됐다.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매출 1조9300억원, 영업이익 325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1%, 95.1% 증가했다. 지난 2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1조289억원, 영업이익 1840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HD현대마린엔진은 상반기 매출 1823억원, 영업이익 277억원을 달성하며 전년 대비 각각 24.4%, 122.6% 급증했다. 한화엔진 역시 상반기 매출 7059억원, 영업이익 561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1.7%, 47.6% 성장했다.

선박엔진업계는 글로벌 조선업 호황을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이 이미 3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하면서 기자재 업체에도 수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선박 발주가 늘면서 고부가가치 엔진 중심의 체질 개선이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강화된 규제를 예고하면서 선사들은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를 쓰는 이중연료 엔진 중심으로 발주를 확대하고 있다.

매출 구조에서 중국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향 선박엔진 수출액은 9억 달러로 전년보다 32% 증가했다. 한화엔진은 2분기 말 수주잔고의 45%가 중국 조선사 물량으로 채워졌고, HD현대마린엔진 역시 상반기 매출의 47%가 중국향이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는 제품 믹스 개선과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에 따라 전체 이익률은 17.9%까지 상승했다"면서 "특히 중국 DF(이중연료) 엔진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최소 2028년까지 P&Q(가격과 수량) 기반 이익 성장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지정학적 변수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최근 "미국의 군사 작전에 한국 선박이 쓰일 경우 한국이 외교적 곤란을 겪을 수 있다"며 한미간 조선업 협력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미국이 한국과 일본을 자국 방위산업에 통합하려 한다"고 주장하며 견제성 논평을 이어갔다. 

업계는 중국의 이같은 분위기가 실제 한국을 겨냥한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한미 협력이 강화될수록 외교적 긴장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업계는 마스가 프로젝트와 친환경 규제 강화를 성장 동력으로 본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 활용 가능성이 크고, 2027년 시행 예정인 탄소 가격제는 친환경 엔진 수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내 선박엔진업계는 단기적으로 중국 수요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와 동시에 마스가 프로젝트와 IMO 규제가 던지는 기회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가 업계 성패를 가를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기자재에 대한 견제를 높여도 마땅한 대안이 없어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기술 고도화가 필요하고, 마스가 프로젝트와 IMO 환경규제가 던지는 기회를 선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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