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글로벌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다 소폭 반등했지만, 해운 시황은 여전히 약세 기조에 갇혀 있다.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맞물리면서 주요 항로의 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업계 전반에서는 본격적인 회복은 내년 춘절 전까지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발표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45.06포인트로 집계됐다. 전주(1415.36포인트) 대비 29.7포인트 상승하며 11주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SCFI는 6월 이후 지속적으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1400포인트 초반대까지 밀려난 상태다. 해운 시황을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은 공급 과잉이다. 올해 7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243만TEU의 신조 발주가 이뤄졌고, 발주 잔량은 30.4%에 달한다.

연말까지는 60만TEU가 추가로 인도될 예정이어서 하반기에도 전 항로에 걸쳐 공급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023년 말 홍해 봉쇄로 우회 항로 수요가 증가하며 반짝 상승했던 운임은 현재 봉쇄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희망봉 경유 항로가 유지되며 일부 선복이 흡수되고 있지만, 공급 자체가 워낙 크게 늘어난 탓에 효과는 제한적이다.

미주 항로는 동·서안을 막론하고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인상된 관세가 신규 주문을 억제하면서 시장 수요가 줄었고, 최근 스팟 운임은 일부 계약 운임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8월 주간 공급량은 56.9만TEU로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했으나 전월보다는 1.6% 늘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MSC가 7.3% 공급을 줄였지만, 다른 동맹 선사들이 선복을 확대하면서 전체 조절 효과는 희석됐다.

물류 차질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7월 미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 지연일수는 8.1일로 1월(3.8일)의 두 배 이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수입사의 화물 인도 지연 뿐만 아니라 일부 소형사의 인수 포기 사례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내 소비 둔화로 가계 구매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홈디포(HomeDepot)가 최근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는 등 경기 둔화와 물가 압력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수요 회복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유럽 항로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8월 셋째주 선사들이 블랭크 세일(임시 결항)로 공급을 조절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다. 8월 주간 공급량은 49.8만TEU로 전월 대비 2.3% 줄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로는 5.4% 늘어나며 여전히 과잉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통상 유럽 항로는 8월 말부터 10월 중국 국경절까지 약세 흐름이 나타나는데, 올해는 공급 과잉 우려가 더해지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성수기인 6~7월 선적된 물량이 최근 본격적으로 양하되면서 유럽 주요 항만 혼잡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연근해 항로도 예외가 아니다. 동남아 항로 운임은 9주 연속 하락했다. 상반기에는 운임 강세와 물동량 증가 덕분에 역내 주요 선사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운임 약세가 이어지면서 전기 대비 실적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하반기 수요 회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함께 미·중 관세 유예 연장도 시장 반전에 힘을 보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신조 발주 증가로 전 항로에 공급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주와 유럽 항로의 약세는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내년 춘절 전까지는 본격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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