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705_694501_2954.png)
정부와 여당이 금융위원회 해체와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을 포함한 대대적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확정했지만 금융현장과 금감원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세운 조직 분리가 오히려 감독 공백과 중복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금감원 안팎에서는 인력 재배치와 보직 변경 불안이 현실화되며 조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고, 감독정책은 새로 신설되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전담하는 개편안을 확정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감독위원회 산하에는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 설치되며 금융감독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금소처)는 분리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새로 출범한다. 금소원은 영업행위 감독과 분쟁조정 등 소비자 보호 업무를 맡으며 검사권과 제재권까지 확보해 권한이 크게 확대된다.
정부는 금융소비자 피해의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대응하려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금소처에서 근무하다가 개편으로 금소원으로 소속이 바뀌는 것을 피하려는 직원들이 장기휴직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7월 말까지 장기휴직을 신청한 금소처 직원은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1년간 휴직인원(8명)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조직 불확실성이 커지자 장기휴직을 통해 금소처에서 인사연수국으로 소속을 옮겨 금감원 소속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지난달 대통령에게 제출한 제언을 통해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는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정부 기조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보호 기능은 유기적으로 연계돼 있어 분리 시 중복규제, 책임 회피, 감독역량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대신 금소처를 금감원 내 ‘기능적 독립기구’로 격상해 독립 예산·인사권을 보장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 한국은행 내 은행감독원처럼 사실상 독립적 권한을 가진 조직으로 운영해 통합감독체계의 시너지와 소비자보호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이찬진 금감원장은 8일 내부 공지를 통해 직원 달래기에 나섰다. 그는 “감독체계 개편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금감원과 금소원의 인사교류, 직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걱정을 최소화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 논의와 유관기관 협의 과정에서 금감원과 금소원의 기능과 역할 등 세부 사항을 꼼꼼히 챙기겠다”며 내부 동요 진정을 당부했다. 또 “임직원 처우 개선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이를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특히 금감원이 최근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데 따른 반발이 거세다. 내부에서는 “금소원 분리는 인사교류로 보완할 수 있지만, 공공기관 지정은 금감원의 독립성 자체를 훼손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실제로 직원들은 향후 인건비 통제, 승진 제한, 조직 운영 자율성 축소 등으로 우수 인력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토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처우 문제를 넘어 금융감독체계의 근본적 신뢰성과 직결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감원 내부 관계자는 “금소원으로 소속이 바뀌면 순환근무가 막혀 특정 업무에 고정될 수밖에 없어 장기적으로 커리어에 제약이 생긴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단순한 처우 문제가 아니라 감독기구의 독립성 훼손으로 이어져 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공공기관 지정으로 인건비 운영과 승진 체계가 통제되면 고급 인력 이탈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후속 논의도 변수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감독기구 권한 배분과 금소원의 역할이 구체화될 예정인데, 이 과정에서 기관 간 갈등이나 법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는 “감독기관 간 충돌로 금융시장 안정성이 저해될 수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바 있다.
금융시장 파장도 주목된다. 감독 권한 이원화가 현실화될 경우, 대형 금융사고 대응력이 약화되고 감독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이중 규제 리스크가 확대돼 비용 증가와 혁신 저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소비자 역시 원스톱 민원·분쟁 처리 서비스가 무너지는 역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결국 금융위 해체와 금소원 신설은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향후 실질적 보완책 마련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