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출처=연합]

정부가 금융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대대적 조직개편안을 확정하고,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은행권의 부담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연이은 대출 규제로 수익사업을 막았는데 감독기관은 네 곳으로 늘어나 '옥상옥 행정' 우려까지 커지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 '주택공급 확대방안' 후속 조치로 인한 전세대출 제한과, 금융감독 체계 개편이 한꺼번에 발표되면서 은행권도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는 기존 최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줄었다. 보증기관별로 제각각이던 상한을 모두 2억원으로 일원화한 것이다.

전세대출은 2015년 46조원에서 2024년 말 200조원으로 4배 이상 불어날 만큼 은행권에서 빠르게 성장한 상품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18.5%로 가계대출 전체 평균(5.8%)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전셋값을 끌어올리고 갭투자→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보고 규제에 나섰다.

전세대출은 담보가 확실하고 부실률이 낮아 은행권의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이번 규제로 은행의 이자 수익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전세대출이 한도가 제한되면서 은행권은 대체 수익을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주택매매·임대사업자에 대한 주담대도 전면 차단되는 등 신규 주담대 공급이 막히면서 은행 가계대출 포트폴리오가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다는 이유로 새 정부 들어서  대출 제한, 교육세 인상, 국민성장펀드, 배드뱅크 등 여러 정책성 '상생금융'에 동원되고 있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LTV 담합 사건으로 최대 9조5000억원의 과징금 리스크에도 노출돼 있다. 

감독기관 넷으로…"옥상옥 행정 불가피"

여기에 금융당국 조직개편까지 겹쳤다. 금융위원회는 해체되고 금융정책은 재정경제부로 넘어가며 금융감독위원회가 신설돼 감독 기능을 맡는다. 금감원은 존치되지만 금융소비자보호처가 분리돼 금소원으로 승격된다. 결과적으로 은행을 관리하는 상위 기관이 재경부·금감위·금감원·금소원 등 네 곳으로 늘어난다.

은행권에서는 중복 규제와 비효율 우려가 제기된다. 관치 리스크가 커지는 것도 우려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가계대출 관련해서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서 메시지나 어긋나거나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었는데 네 곳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 같은 사안에 대해 네 번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감위 체제에서도 재경부·금감위·금감원 간 업무 분장을 두고 갈등과 혼선이 이어졌는데, 이번에는 금소원까지 생겨 이해관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이원화된 현 체제는 2008년 이명박정부의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탄생했다. 양 기관이 출범 이후 2011년 상호저축은행 부실사태, 2019년과 2020년 펀드 불완전 판매 및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4곳으로 늘어나면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금은 미국과의 상호관세 갈등, 석유화학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등 시급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역량이 조직개편에 분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시장 안정과 현안 대응에 집중해야 할 시기인데, 개편 논의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다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개편은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국회 협의 과정이 길어지면 시일은 더 걸릴 수 있다. 당분간 금융권의 혼란과 규제 부담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