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미래산업부 김채린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7893_694735_3740.jpeg)
통신사가 지켜야 할 고객의 개인정보가 잇따른 해킹 사고로 사실상 ‘공공재(公共財)’처럼 유통되는 현실이 드러났다. 휴대전화번호와 유심(USIM) 인증키 같은 핵심 데이터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이제 개인의 신원과 일상까지 노출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관리 소홀을 넘어, 국가 사회 전반의 보안 신뢰 체계 붕괴를 의미한다. SK텔레콤에서만 2300만여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고, 이어 KT와 LG유플러스에서도 중국발 해킹 정황이 포착됐다.
통신 3사가 사실상 동일한 취약 구조를 갖고 있었음이 드러난 셈이다. 휴대전화번호는 금융 인증, 본인확인, 일상적 소통까지 전방위적으로 쓰인다. 그만큼 한 번 유출되면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만능 열쇠’로 악용될 수 있다.
문제는 사후 대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이미 유출된 정보는 회수할 수 없다. 보상과 위약금 면제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핵심은 재발 방지와 시스템 근본 개선이다. 방화벽 설정 미흡, 계정 관리 부실, 암호화 미실시 등 기본 중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사실은 기업 스스로의 책임을 넘어선 총체적 부끄러움이다.
더 큰 우려는 북한 해커 조직 ‘김수키’의 2차 파장이다. 최근 보안 전문지 보고서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 서버에서도 유사한 흔적이 발견됐다. 특정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통신망 전반이 노출된 셈이다. 국회 일각에서 ‘사이버 테러 범국가 대응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휴대전화번호가 신뢰할 수 없는 신분 인증 수단으로 전락한 지금,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 통신사가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보안 인프라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 둘째, 정부는 현행 감독·제재 체계를 넘어 제도적 틀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휴대전화번호는 계속해서 ‘공공제로 흘러다니는 신원 정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제 휴대전화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국민의 삶을 담보하는 마지막 보루다. 통신사와 정부가 그 무게를 똑바로 인식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