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6~17일 미국 FOMC회의 결과에 대한 의구심은 많지 않다. 금리인하 자체는 더 이상 확률 문제가 아니다. 25bp냐, 50b냐의 선택으로 굳어졌다. 미국 고용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신규 일자리 수는 2.2만명 증가했다. 이는 지난 12개월 월 평균 7.1만명 증가의 삼분의 일 수준을 밑돈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는 달리 필자는 과연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에 바람직한 지는 확신이 없다. 아마도 이번 금리인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라고 생각된다. 즉, 주식시장 버블을 시작하는 위험한(?) 선택일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현재 4.25~4.5% 기준금리에서도 미국 금융여건이 제약적이지 않다는 점과 미국 자산이 싸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1.6%와 1.8%로 예상 중이다. 그러나 미국 2분기 경제 성장률은 전분기 연율 기준으로 3.3%다. 애틀란타 연준의 GDP Now 기준 미국 3분기 경제 성장률은 3%대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물가가 현재 2% 중반대다. 향후 둔화되더라도 현재 미국 명목 성장률은 5%라고 추정할 수 있다. 현재 기준금리 4.25~4.5%가 미국 경제활동을 크게 저해할 정도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금융여건이 완화적이다. 미국 회사채 신용 스프레드는 거의 지난 50년래 최저에서 멀지 않다. 주목할 점은 2008~2009년 이후 제로금리도 아닌데도 자본조달 비용이 낮다는 사실이다.
금리가 꽤 높은데도 금융시장이 완화적인 이유 즉 자금조달이 원활한 이유는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국 GDP 대비 M1은 61%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18%의 3배가 넘는다. 코로나19가 끝난 지 2~3년이 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은행 대출뿐 아니라 소위 민간 시용 시장(Private Credit) 즉,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자금을 대출하는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2024년 1.5조 달러).
예컨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규모의 금융 대출이 늘고 있다. 전환사채 등 부채와 자본의 중간 성격을 갖는 자본조달도 증가 추세다. 이처럼 자금시장이 여유로운 상황에서 미국 연준이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면 유동성 여건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미국 자산 가격이 비싸다. 미국 주가도 비싸지만(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22~23배), 부동산 가격도 사상 최고다. 주택담보대출금리가 높아 구매자가 감소했다. 그래도 주택 공급 규제에 따른 공급 축소 영향이 더 컸다. 금리를 낮춰 수요가 늘어난다고, 부족한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부동산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가격뿐 아니라 금과 비트코인 가격 모두 나름대로 이유로 사상 최고다. 여기서 금리가 더 인하되면 주식 등 자산가격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자산가격만 더 오르면,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불평등이 해소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1995~1996년 미국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일시적인 고용 둔화 국면에서 연준은 6개월 동안 총 75bp 금리를 내렸다. 경기는 점차 회복되었고 주가도 좋았다. 그런데 당시 연준 의장 그리스펀은 1996년 12월 미국 주식시장을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언급했다.
연준의 이번 금리인하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좀더 뜨겁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에서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도 좋을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다시 국내 증시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주가의 고평가 현상이 계속되고, 흥분할수록 주식시장의 안정성도 점차 훼손될 가능성이 생긴다. 연준의 금리인하는 길게 보았을 때 위험한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