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구역 [출처= 서울시]](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377_695270_1232.jpg)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 재개발이 혼돈에 빠졌다. 최고 69층, 3014가구 규모에 공사비만 2조원을 웃도는 강북 최대 정비사업이지만, 조합장 고발과 특정 건설사 유착 의혹, 시공사 입찰 취소, 지침 수정, 조합장 해임 발의 등이 겹치며 파열음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개인 비위를 넘어 정비사업의 고질적 불투명성과 제도적 허점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1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조합은 지난 9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기존 입찰을 취소하고 일부 지침을 손질해 경쟁입찰을 유도하겠다는 명분에서다. 조합이 제시한 초기 지침에는 △로열층·로열동 우선분양 금지 △프리미엄·할인 보장 금지 △추가 이주비 보증 강제 △과도한 책임준공 의무 등이 포함돼 있었다. 과도한 제한에 건설사들은 등을 돌렸고, 앞서 시공사 출사표를 던진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장 설명회에 불참했다. 이에 GS건설 단독 응찰 가능성이 부각됐다.
경쟁입찰이 물 건너 가는 터에 조합장은 특정 건설사와의 유착설에 휩싸여있다. 식사 자리, 건설사 직원의 선물 전달 정황, 조합 측 회유 전화 녹취록 등이 공개되며 유착 의혹이 커졌다. 해당 조합장은 현재 조합원들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조합장은 "업무적 설득 차원일 뿐 접대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조합원들의 불신은 이미 깊어진 상태다.
계속된 논란에 조합 집행부는 일부 조항을 완화한 재입찰 방침을 내놨다. 변경안에는 △로열층·로열동 표현 허용 △추가 이주비(LTV 초과분) 연대보증 삭제 △책임준공 예외 확대 △사업비 상환 순서 보완 등이 포함됐다. 집행부는 "공정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핵심 제한은 그대로 남아 있어 업계에서는 형식적 수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과 HDC현산은 지침 개정 이후에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입찰 참여 여부를 유보하고 있다.
조합 내부도 반발하고 있다. 집행부의 이번 지침 변경안은 비상대책위원회가 유착에 따른 조합장 및 집행부 해임안을 제출하자, 서둘러 지침 수정을 통해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는 한다는 것이다. 성수 1지구 한 조합원은 "입찰 조건 수정이 경쟁 활성화보단 집행부의 책임 회피 성격이 크다"며 "변경 지침안을 봐도 경쟁 입찰을 유도할 만한 요소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상 시공사 선정과 취소는 총회 의결사항이지만, 입찰 취소·재공고는 이사회·대의원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이미 현장설명회까지 마친 상황에서 절차 하자가 발생하면 무효 소송과 감사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조합원은 "우리 구역의 문제는 조합장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점에서 더 우려스럽다"며 "지자체 감독 강화와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뒤따르지 않으면 사업 투명성 확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성수1지구는 강북 최대 규모 사업으로 금융권 익스포저와 연계된 리스크가 크다"며 “조합 내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시공사 선정 지연, 공사비 상승, 금융비용 확대,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국면은 단순한 시공사 경쟁 문제가 아니라 사업 전체 안정성을 흔드는 구조적 위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