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열대에 놓인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모습. [제공=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8748_695704_3343.png)
합성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규제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안 논의가 또다시 미뤄지면서 제도 공백에 따른 세수 손실과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는 국민 건강 보호를 이유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치권의 지연 행보 속에 공백 상태가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었지만, 타 안건 심의가 길어지면서 다루지 못했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연초의 잎’을 원료로 한 제품만 담배로 규정해 합성니코틴은 세금과 각종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그 결과 합성니코틴 전자담배는 담뱃세, 부담금, 경고 문구, 광고 제한, 청소년 판매 금지 등 기본적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기재부·관세청·식약처·전자담배협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입법 공백으로 지난 4년간 합성니코틴 제품에서 거두지 못한 제세부담금은 3조3895억원에 달했다. 연평균 9000억원이 넘는 세수를 확보할 기회를 놓친 셈이다. 확장 재정 기조 속에서 오는 2029년까지 매년 100조원 이상 적자를 감당해야 하는 정부로선 법 개정이 세수난 해소의 숨통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업계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에 찬성한다”며 “일부 편법 수입·판매 업자들이 무분별하게 시장을 왜곡하는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성니코틴 규제가 업계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최소한의 조치로 규정하고 합리적인 세율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정반대의 시각을 내놓았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을 찬성하는 일부 단체들의 정체가 불분명하고 여론 조작 의혹까지 있다”며 “실제 시판 제품의 98%가 합성니코틴이 아닌 연초 니코틴으로 밝혀진 만큼 법안이 오히려 불법 업체들의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안 근거가 된 보건복지부 연구의 신뢰성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실험 과정에서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순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았다”며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조작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청소년 보호 단체들은 규제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합성대마 투약 사건에 중학생까지 연루된 사실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며 “전자담배가 단순 흡연 기기를 넘어 마약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청소년지킴실천연대는 △합성니코틴 전면 규제 △청소년 접근 차단을 위한 판매 관리 강화 △SNS·온라인 불법 유통 근절을 위한 민관 협력 확대 등 세 가지 대책을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학교 인근 무인 판매점의 급증으로 미성년자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보다 강력한 인증 절차와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법안 논의가 합성니코틴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최근 급속히 등장하고 있는 ‘유사니코틴’이나 ‘무니코틴’ 등 화학 구조가 유사한 물질은 여전히 제도권 밖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보건 당국은 오는 11월부터 ‘담배유해성관리법’을 시행해 담배 제조·수입업자에게 유해 성분 공개를 의무화할 예정이지만, 이 역시 연초 담배에만 적용돼 합성·유사니코틴 제품은 빠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분적 규제로는 청소년 보호와 공중보건 측면에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보다 포괄적인 규제 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