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LG전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79661_696808_4221.jpg)
LG전자가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비용 절감을 넘어 인력·조직 전반을 재편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당초 TV사업을 담당하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솔루션(MS) 사업본부에서 시행하던 희망퇴직을 생활가전(HS), 전장(VS), 에너지솔루션(ES) 등 모든 사업본부로 확대했다.
대상은 만 50세 이상 직원과 최근 수년간 성과가 낮은 인력으로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3년치 연봉과 자녀 학자금 2년치가 포함된 보상안을 내걸었다. 일각에선 LG전자가 향후 4년 내 전체 인력의 40%를 감축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LG전자가 전사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23년 이후 2년 만이다.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실적 부진과 대외 환경 악화가 자리한다.
LG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6.4% 감소했고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6.6% 줄었다. 주력 사업인 TV, 생활가전 사업이 동시에 부진한 탓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중국 제조사의 저가 공세, 미국발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희망퇴직을 가장 먼저 시작한 MS사업본부는 2분기 영업손실이 191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6834억원으로 작년(3조4197억원)보다 약 21%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LG전자는 이번 조치가 인력 선순환 차원임을 강조하고 있다. 임금 부담이 큰 50대 임직원을 줄이고 신입사원 채용을 늘려 인력 구조를 세대교체하는 방향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 한해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고, 보상도 나쁘지 않아 내부에서는 오히려 기다렸던 직원도 있다"며 "외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부정적인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도 이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설비, 연구개발과 마찬가지로 인재에 대한 투자가 계속 이어지려면 인력 구조가 선순환될 필요가 있다"며 "훌륭한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희망퇴직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LG전자의 희망퇴직 조치 효과는 비용 절감과 인력 선순환에 그치지 않는다. 성과 중심의 인사 시스템을 강화하고 향후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 신성장 분야로 자원을 재배치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조 사장은 "전장과 냉난방공조를 기업 간 거래(B2B)의 쌍두마차로 LG전자의 질적 성장을 끌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구광모 회장이 올해 첫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 발언과 맞닿아 있다. 당시 구 회장은 현재 LG가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LG전자의 이번 결정은 그룹 전반의 기류와도 궤를 같이한다. 올 들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등이 잇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LG생활건강도 작년 말 코카콜라음료 고연령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동시에 LG디스플레이의 광저우 LCD 공장, LG화학의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 등 구조조정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화(人和)'의 LG조차 희망퇴직을 택했다는 것은 경영 환경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자 그룹 차원의 대변신 조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