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이남석 기자]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린 모습. [출처=이남석 기자]

"직접환급형 세액제도는 글로벌 산업패권 경쟁에서 굉장히 필수적인 정책 도구다. 기업 입장에서는 재정적 확실성을 보장할 수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과 중국의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경쟁 심화로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는 배터리 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혜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직접환급제 세액공제제도가 단순 보조금보다 △투자유치 및 프로젝트 파이낸싱 △초기 자본 투자 결정 가속 △공급망안정성 강화 △외자 유치 측면 등에서 이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기업에는 큰 초기 투자 비용과 높은 원자재 가격 변동성, 인건비·전력비·토지환경 규제 비용 등의 간접비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접환급제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이 납부해야 할 세액보다 세액공제액이 더 큰 경우 그 초과분을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조세감면만으로는 인센티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초기 투자단계 기업과 연구개발(R&D) 중심 기업, 적자기업 등이 실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안 변호사는 해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업들이 투자 계획 수립 시 명확한 투자수익률(ROI) 계산을 통해 장기계약에 기반한 투자유치와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기획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막대한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는 배터리 기업들의 의사 결정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안 변호사는 "단순 보조금은 예산을 배정해야 하고 생겼다가 이후 없어질 수도 있다"며 "하지만 세액공제는 세법에 정해진 권리로서 쉽게 없애고 만들고 할 수 없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투자 계획 수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산업은 대규모 초기 투자 유도가 필요한 산업으로 배터리 셀, 모듈, 팩, 양극·음극재, 전해질은 초기 투자가 필요하다"며 "직접환급형 제도를 도입하면 세금 납부 전에 즉시 효과를 현금화할 수 있고 초기 자본 투자 결정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제도가 배터리 산업 공급망을 보다 안전하게 구축하고 외자유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안 변호사는 "직접환급형 제도를 도입하면 중소협력 업체와 소부장 기업들도 효과를 낼 수 있어 공급망 안정성 강화에 큰 기여가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 공급망안정성 높이는 정책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쇼어링 투자하려는 기업 입장에서도 제도가 도입되면 강력한 인센티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도입시 우려되는 '통상마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도 설계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EU, 중국 등 다수 국가의 경우 직접환급형 세액공제와 유사한  제도를 이미 운용 중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으로 이어진 45X 생산세액공제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가 생산과 판매 실적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다이렉트 페이(Direct pay) 옵션을 통해 공제액이 세금액을 초과할 경우 현금으로 환급받거나 트랜스퍼어빌리티(Transferability) 옵션을 통해 공제 크레딧을 제3자에게 양도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따라서 안 변호사는 납부세액 대비 환급, 기준 생산량 단가 보조방식 등 다양한 옵션을 조합해 설계하고 OECD 보조금 투명성 지침과 WTO 보조금 협정상 통지의무 등을 충실히 이행하면 직접환급형 세액공제 제도로 인한 통상마찰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EU 진출 기업의 경우에는 사전에 역외보조금 신고 요건을 점검하고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직접환급형 세액공제가 보조금에 해당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특정성이 있느냐 없느냐 문제로 제도를 설계하기 나름"이라며 "제조 인센티브를 한정하고 수출 여건 같은 것을 붙이지 않으면 이 조건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서도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를 도입할 경우 재정 예측이 한층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다. 기업의 생산·투자 등 일정 조건 충족 시에만 환급하면 되는 만큼 단순 보조금보다 높은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적 발생 이후 환급되므로 선지급 형태인 보조금보다 재정 부담 예측이 용이하다는 설명이다.

■ "대기업 R&D 세제 혜택으로 낙수효과 기대"

이날 또 다른 주제 발표자로 나선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려면 보다 파격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세액 혜택 실효성 강화 △정책 금융 확충 및 대상 확대 △국가 R&D 투자 강화 △배터리 사업 인프라 확충 △배터리 수요산업 활성화 등의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 배터리의 경우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엎고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다. 2015년 이후 '중국제조 2025', 'NEV 보조금', '산업제한 및 우대 목록' 등의 정책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수십 배에 달하는 정부보조금을 지급해 자국 기업이 원자재를 저가로 수급하고, 대량설비를 구축하도록 지원해 공급망 안정성과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후 중국은 전기 배터리 분야 과학논문 발표 건수와 품질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등 기술혁신 리더십도 놓치지 않고 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 이후부터 중국이 보조급 지급과 산업육성 정책을 펼치면서 배터리 산업 판도가 역전되기 시작했다"며 "중국 정부가 '중국 제조 2025'을 채택하고 산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배터리 산업 경쟁이 기존 기업 경쟁에서 국가 시스템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변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한국은 경쟁국 대비 비싼 전력요금과 자원부족 등으로 기업의 생산환경이 구조적으로 열위에 놓여있고,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수요를 견인할 보조금 정책도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김 수석연구위원은 R&D 세제 혜택과 생산보조금이 대기업에 적용될 경우 중소기업까지 혜택을 보는 낙수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터리 3사는 대기업들이고 아무래도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시장에서 조달할 여력은 있다고 본다"며 "소부장과 중소기업들은 더 어려운 상황인 만큼 R&D 세제 혜택과 생산 보조금이 대기업으로 가서 낙수효과를 볼 수 있는 세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성 배터리협회 부회장은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국내 세제 도입,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한 ESS 활성화, 배터리 삼각벨트"라며 "트럼프 정부에서는 대규모 조세 감액 제도인 OBBBA 법률을 제정해 배터리 ESS 탄소 포집과 청정 전력 생산과 투자세액 공제의 직접 환급, 제3자 양도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에서 조차도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세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부분을 우리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221기가와트시(GWh)의 출하량으로 점유율 37.5%를 차지하며 선두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약 33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이어 중국 BYD가 점유율 17.8%로 2위를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3위(9.5%)에 그쳤다.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상위 10위 업체 중 중국 업체가 6곳을 차지한 가운데 한국은 3곳에 그쳤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합계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한 16.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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