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SK에코플랜트]
▶ [제공=SK에코플랜트]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를 새 성장축으로 삼으며 체질 개선 성과를 내고 있다. 불과 반년 만에 1조원 이상의 부채를 덜어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재무구조가 가벼워졌고, 환경사업 매각과 지분 정리를 통해 불필요한 부담도 줄였다. 여기에 반도체 자회사 편입으로 성장동력까지 확보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이 지적해온 단기적 압박도 완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의 평가 역시 점차 '잠재력 있는 기업'으로 달라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부채는 올해 상반기 말 5조원대 중반 수준에서, 환경사업 매각과 블룸에너지 지분 일부 처분이 이뤄지면 4조원대 초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반년 사이 1조원 넘게 줄어드는 셈이다. 국내 환경 관련 사업 매각만으로도 1조원 이상 부채 감소 효과가 발생하고, 여기에 블룸에너지 지분 일부 처분으로 4000억원가량 추가 감소가 기대된다. 과거 매년 불어나는 차입구조로 시장의 우려가 컸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의미 있는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부채 감축은 단순히 수치 감소에 머물지 않는다. 순차입금이 줄어들면서 주요 신용지표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7배를 넘어섰던 순차입금/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배율은 자산 매각 효과가 반영되면 7배 미만으로 내려와 신용등급 하향 압력의 기준선에서 벗어나게 된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환경사업 매각과 블룸에너지 지분 처분으로 단기 유동성이 개선되고 부채비율도 완화될 전망"이라며 "이로써 한동안 이어졌던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다소 누그러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하향 트리거에 근접했던 불안정한 구조가 안정 구간으로 들어서면서 차입 비용 부담 완화와 조달 여건 개선 등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출처= 한국신용평가]
[출처= 한국신용평가]

재무구조 개선과 맞물려 사업 구조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올해 말에는 반도체 소재 관련 4개 계열사가 추가로 이관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계열사 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라 그룹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라는 전략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과거 ESG 바람에 맞춰 환경·에너지 중심으로 확장했던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 반도체 소재 중심으로 뼈대를 바꾸는 것이다.

이러한 변신은 SK그룹 전체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그룹은 최근 몇 년간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고 반도체·배터리·에너지솔루션 등 미래 성장 축으로 자원을 집중해왔다. SK에코플랜트의 반도체 전환은 그룹 전체 포트폴리오 재편 과정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나타난 투자 성과 부진을 털어내고, 반도체라는 전략 분야로 이동함으로써 그룹 차원의 중복 사업을 해소하고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자금 조달 여건도 달라졌다. 종속회사인 SK에어플러스가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해 1조원대 신규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는 부채 축소 효과와 별도로, 신사업 추진과 체질 전환 과정에서 필요한 투자 여력을 제공한다. 단순히 차입을 줄이는 수준이 아니라 신성장 분야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PO 지연으로 외부 투자 유치가 쉽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재무와 사업이 동시에 개선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신용도 평정은 여전히 A-(안정적), 단기 A2- 수준이지만, 시장의 해석은 달라졌다. 과거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끊임없이 거론됐지만, 최근에는 "단기적 하향 압력이 완화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재무와 사업 두 가지 지표가 동시에 개선되면서 부정적 시각이 누그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고, 향후 신규 프로젝트 추진에도 힘을 보탤 전망이다.

시장 평가도 달라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IPO 지연과 차입 부담으로 투자 매력도가 저하됐지만,  지금은 반도체 자회사 편입과 부채 감소 효과로 '체질 개선 기업'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얻고 있다. 그룹 전략 차원에서도, SK에코플랜트의 변신은 단순히 한 계열사의 변화가 아니라 전체 재편 과정의 축소판이자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SK에코플랜트는 짧은 기간에 재무구조와 사업 포트폴리오 모두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부채를 줄이고 불필요한 자산을 정리했으며, 반도체라는 신성장 동력까지 품었다. 단기간 내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 사례는 드물다. 그룹과 시장 모두가 재평가하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반년 만에 부채를 1조원 이상 줄이는 동시에 반도체라는 성장 축을 확보하며 의미 있는 전환을 이뤄냈다"며 "앞으로 반도체 사업 성과가 본격화된다면 시장 평가도 과거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