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인공지능(AI) 호황을 타고 메모리 슈퍼사이클에 진입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반등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범용 D램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자 증권가는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양사가 나란히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6기가비트(Gb) DDR5의 가격은 올 1월 3.7달러에서 9월 말 7.5달러로 2배 이상 뛰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3대 D램 공급 업체는 하이엔드 서버용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에 고급 공정 용량을 할당하고 있고 이로 인해 PC와 모바일 및 소비자 애플리케이션 용량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격 상승을 이끈 동력은 AI 산업이다. 엔비디아·구글 등 미국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HBM 수요가 폭발했다. HBM 생산능력 확보를 위해 범용 제품 생산을 줄인 결과 품귀 현상이 발생하며 가격이 급등했다.

낸드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AI 데이터 처리를 위해 기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eSSD는 낸드플래시를 기반으로 제조하는 고용량 저장장치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eSSD 수요 확대에 힘입어 낸드 가격이 올 3분기 3%, 4분기 5%, 내년 1분기 3% 등 세 분기 연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저승사자'로 통했던 모건스탠리도 메모리 산업의 역학이 바뀌면서 모든 곳에서 공급 부족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번 메모리 수요 급증이 오는 2027년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는 "AI eSSD의 수요가 내년 치솟으면서 공급 부족 상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기존 8만6000원에서 9만6000원으로 12% 상향했다. SK하이닉스 목표주가는 41만 원으로 무려 58%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한 달 먼저 실적을 발표해 '반도체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 마이크론은 올해 6~8월 매출이 113억1500만 달러로 시장 전망치(111억2000만 달러)를 웃돌았다고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밝혔다.

이에 따라 이달 발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컨센서스는 9조6687억원,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조7459억원으로 집계됐다.

리스크 요인도 존재한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서버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과 화웨이의 HBM 양산 도전을 비롯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HBM 리더십 유지 여부가 중장기 수익성을 좌우할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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