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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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만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절반 이전하자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만 정부는 연일 “수용 불가”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치권과 산업계 일각에서는 ‘실리콘 방패’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리쥔 대만 행정원 부원장(부총리 격)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미국이 제시한 ‘50대50 생산 분할’ 조건에 합의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 부원장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이 협상에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대신 ‘대만식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가 직접 생산 이전에 동의하기보다는 기업 자율적 투자를 존중하고, 금융보증 확대와 과학단지 경험 공유를 통해 미국 내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돕는 방식이다. 미국이 토지·인프라·비자 등 환경을 제공하면 기업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정 부원장은 “지난 5차 협상에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반응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권 반발은 거세다. 국민당 주리룬 주석은 “TSMC를 사실상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대만의 ‘실리콘 방패’를 허무는 일”이라며 “대만은 미국과 동맹이지만 무조건 굴종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페가트론 퉁쯔셴 회장은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수십 년간 쌓인 인재·자본·전략의 산물”이라며 “이전 요구는 산업 경쟁력에 불리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전략적 딜레마’로 본다. SCMP는 “대만은 미국의 압박을 외면할 수 없지만, 생산 거점을 대거 이전할 경우 글로벌 공급망 내 독보적 지위를 잃을 위험에 놓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관건은 ‘실리콘 방패’를 지키면서도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외교적 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만 정부가 제안한 ‘대만식 모델’이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향후 협상에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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