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 시설 [출처=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생성형 AI 수요 폭증과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중국과 미국이 창업 생태계를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AI 가속기와 IP 설계 분야에 집중하며 틈새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나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생태계 연계와 국제 협력이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 및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설립된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은 총 1342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 2961건의 투자 라운드를 통해 571억9000만 달러가 조달됐으며, 중국과 미국이 창업 생태계를 주도했다. 

분석 결과 중국은 전체 기업의 47.7%(640개)를 차지하며 제조 중심의 대규모 투자 전략을 택했다. 특히 메모리, 파운드리, 전력 반도체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자국 내 공급망 자립을 꾀하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는 창신메모리(ChangXin Memory Technologies), GTA세미컨덕터 등이 있으며 기업당 평균 투자액은 6억7000만 달러로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이는 ‘중국제조 2025’ 이후 국가 차원의 반도체 굴기 전략이 본격화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면 미국은 혁신적 아키텍처와 첨단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AI 가속기, 양자 컴퓨팅, 광학 반도체 등 차세대 컴퓨팅 분야에 투자를 집중했다. 

대표적 스타트업으로는 삼바노바시스템즈(SambaNova Systems), 그록(Groq), 광학 기반의 라이트매터(Lightmatter)와 사이퀀텀(PsiQuantum)이 꼽힌다. 기업당 평균 투자액은 4억5천만 달러 수준으로, 기술 혁신과 글로벌 리더십 확보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다

이스라엘과 영국 등은 각각 엣지 AI, 자율주행, 특수목적 가속기 등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쳤다. Hailo, Arbe, NeuroBlade와 같은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한국은 AI 가속기, 반도체 설계 플랫폼, IP 코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레벨리온스(Rebellions), 세미파이브(Semifive), 오픈엣지(Openedges)가 대표 기업으로, 레벨리온스는 2024년 사피온과 합병하며 국내 최초 AI 반도체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글로벌 투자 비중은 기업 수 4개(4%), 투자금액 6억5000만 달러(1.4%)에 그쳐 상대적으로 낮다. 생태계 연계 부족으로 글로벌 영향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는 '중국은 제조, 미국은 혁신'이라는 구도로 양극화되고 있다"며 "한국은 설계·AI 특화 영역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국제 협력 및 생태계 확장 없이는 글로벌 입지 확대에 한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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