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랜드 광주 1공장 [출처=기아]](https://cdn.ebn.co.kr/news/photo/202509/1680796_698130_1928.jpg)
정부가 오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량 목표(2035 NDC)를 달성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내연기관차 판매를 제한할 경우, 중국산 제품이 국내 완성차 생태계를 잠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와 반발이 거세다.
완성차 업계는 전동화 전환 속도를 내던 유럽연합(EU)마저 자국 제조사들의 반발에 내연차 관련 규제 완화가 논의된다는 점을 주목한다. 자국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현실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30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연합회 소속 11개 자동차 단체와 공동으로 2035 NDC의 무공해차 보급 목표와 관련한 건의서를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정부, 국회 등에 제출했다.
해당 건의서는 현실적인 전기차 목표 수립을 통한 속도 조절과 규제 완화,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한 강력한 수요 창출 정책 필요성 등 내용을 담았다.
완성차 업계가 급박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정부의 2035 NDC 보급 목표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내 산업 생태계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24일 2035 NDC 수송부문 공개 토론회에서 발표한 수송부문 무공해차 보급 목표로 '48%', '53%', '61%', '65%' 4개 안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순 배출량 기준 7억4230만t) 대비 감축률로, 퍼센티지가 높을수록 감축량이 늘어난다.
예로 정부가 가장 낮은 48% 감축안으로 설정하면 수송 부문 배출량은 2018년 대비 55.2%를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 무공해차 보급을 전체 차량의 30%(840만대)로 늘려야 한다.
업계는 이같은 보급 목표가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사실상 10년 안에 내연차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48% 안으로 목표를 잡아도 2035년에는 판매하는 차량의 90% 이상이 무공해차여야 한다. 그러나 아직 내연차 위주로 판매되는 상용차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면 해당 목표는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2035 NDC 보급 목표가 국내 완성차 생태계를 괴멸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부품 기업의 95.6%는 중소·중견 기업이며, 여전히 내연차 부품 판매에 의존하는 구조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계의 매출액 전체의 86.5%가 내연차 부품을 판매해 발생하며, 미래차 비중은 30%에 불과하다. 급격한 규제 강화는 자동차 산업군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29만여명을 포함한 100만여명의 생계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2035 NDC 보급 목표가 현실화한다면 국내 자동차 생태계는 중국 자본이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완성차 업계는 2022년부터 5년간 95조원 이상 투자를 통해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세 등 영향으로 생존에 급급하다. 정부 지원마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전동화 전환이란 숙제마저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이미 전동화 생태계를 구축해 국내 수주가 손쉬운 구조다. 전문가들이 중국 기업이 국내 중소 부품업체들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완성차 업계는 주요 국가와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전기차 산업 견제, 최근의 시장상황 등을 반영해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 규제완화 등을 추진하고 있음을 주목한다. 전동화 전환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EU 집행위원회는 애초 2026년으로 언급됐던 탄소 배출 목표에 관한 규정 검토 시점을 올해 말로 앞당겼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현재의 탄소 배출 규정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내 산업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급 목표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간의 친환경차 보급 추이와 업계의 판매 계획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보급 목표는 550만~650만대 수준으로 조절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전기차 수요가 부진한 상황 속에서 내연차 공급만 규제하는 것은 국내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린다고 본다. 공급 규제 대신 수요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전기차 보조금 확대가 그 예시다.
이규진 아주대 지속가능도시교통연구센터 교수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신차 가격의 33%까지는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이후에 규모 경제를 통한 시장경제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와 하이브리드(HEV) 파워트레인(동력 전달 방식) 등 전동화 전환 가교 역할을 맡은 동력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해당 파워트레인은 사실상 내연차로 분류돼 NDC 규제 대상이 되지만, 탄소 감축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서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강남훈 KAIA 회장은 “친환경차 보급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내연기관 중심의 국내 산업생태계에 근본적 변화를 주는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목표설정 과정에서 자동차산업계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자동차산업생태계의 효율적인 전동화 전환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가 보급될 수 있도록 생산촉진세제 도입 등 특단의 정책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