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180_698564_300.png)
올해 상반기 채권시장은 정치·지정학적 격변과 금리 변동 속에서도 의외의 안정성을 보여줬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화와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금리가 요동쳤지만, 신용등급과 채권 유통수익률 간의 괴리는 예상보다 제한적이었다.
6일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전체 채권 거래의 93.3%가 신용등급과 시장기반등급(SBR)이 사실상 동일하거나 1노치 이내의 차이로 거래됐다. 이는 시장과 신용평가사의 인식이 대체로 일치했음을 보여주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신호는 보다 복잡하다.
올해 상반기 회사채 발행은 49조원에 달해 지난해 하반기보다 20조원 넘게 늘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초 금리 하락과 정치 리스크 완화가 자금조달 창구를 넓힌 덕이다. 특히 AA등급 이상 우량 채권이 전체 발행의 79%를 차지하며 자금이 우량 기업으로 쏠렸다. 그럼에도 스프레드는 전반적으로 축소돼 채권시장이 일정한 위험 선호를 보였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괴리율은 기업 수 기준으로 보면 사정이 다르다. 거래 건수 기준에서는 6.7%에 불과한 2노치 이상 괴리율이 기업 수 기준으로는 18.1%까지 뛰었다. 시장의 선택이 소수 우량 기업에 집중되면서 중위권과 일부 취약 기업의 채권은 상대적으로 냉대를 받은 결과다.
특히 AA등급 기업의 25.3%가 신용평가보다 낮은 시장 평가를 받았다. 금리 방향성의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채권시장은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차별화를 심화시키는 양상을 드러낸다.
산업별로도 시장의 시선은 갈렸다. 메모리반도체, 2차전지, 정유, 식품 등 경기민감 업종은 기대감이 반영돼 신용등급보다 높은 SBR을 기록했다. 반면 비철금속과 부동산신탁 등은 신용등급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돼 업황 부진과 구조적 리스크가 시장에 그대로 투영됐다. 채권시장이 단순히 등급표를 따라 움직이지 않고 산업별 펀더멘털과 수급 요인을 세밀히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별 기업 사례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양홀딩스’는 안정적인 지주회사 구조와 다각화된 현금창출 기반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AAA 수준의 평가를 받았다. 이는 신용평가사 부여등급인 AA-보다 3노치 높은 수준으로, 화학 부문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신용도 상향 기대가 선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반대로 ‘CJ CGV’는 코로나19 이후 지연된 국내 영화관 실적 회복과 자회사 투자 부담으로 시장이 A-보다 낮은 BBB 수준의 SBR을 부여했다. ‘이지스레지던스리츠’ 역시 안정적 임대 수익에도 불구하고 평가손익 변동성과 자산 담보부채 부담이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하며 A- 대비 BBB 수준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신용등급과 시장평가 간 괴리를 단순히 등급의 오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장은 매일 쏟아지는 정보와 자금 흐름에 반응하지만, 신용평가사는 기업의 중장기 상환능력을 토대로 안정성을 중시한다”며 “괴리율 확대는 불확실한 금리 환경 속 시장의 일시적 반응일 수 있지만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