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출처= EBN]
한국거래소 [출처= EBN]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일, 상장사들이 장 마감 이후 대거 공시를 쏟아내며 ‘올빼미 공시’ 논란이 재점화됐다. 증시가 휴장에 들어가기 직전 투자자들의 주의력이 떨어지는 시점을 노린 듯, 부정적 성격의 공시가 상당수 포함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하루 동안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공시는 총 297건에 달했다. 이 중 절반 가까운 134건이 오후 3시 30분 정규장이 끝난 뒤 발표됐다. 특히 경영권 분쟁, 대표 교체, 실적 부진 등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성 내용이 적지 않았다.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는 9월 매출이 전월보다 20% 이상 줄었다고 발표했고, 동성제약은 임시주총 결과와 관련한 소송 진행 사실을 알렸다. 영풍제지는 대표이사 교체를 공시했으며, 범양건영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입찰 참가 제한 처분을 받았다. 모두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는 사안이다.

물론 긍정적인 공시도 있었다.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과 3천억 원대 레이다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장 마감 후 알렸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발표된 만큼, 투자자 정보 비대칭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한국거래소는 매년 명절 연휴 전후 반복되는 ‘올빼미 공시’ 관행을 완화하기 위해, 휴일 직전 마감 이후 올라온 주요 공시를 연휴 직후 다시 공지하는 보완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공시 타이밍 자체를 제도적으로 규율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소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요 공시가 투자자 관심이 분산된 시점에 몰리는 것은 공정한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며 “단순히 공지 재게시가 아니라, 공시 시점과 절차를 제한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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