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연합]](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369_698773_956.jpeg)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반 만에 다시 1400원 선을 넘어섰다. 미국 달러 강세 흐름과 함께 35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대미투자 협상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추석 연휴로 서울 외환시장이 오는 9일까지 휴장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400원 부근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03.33원으로, 지난 5월 중순(주간 평균 1405.86원) 이후 처음으로 1400원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을 돌파한 뒤 25일 1410원까지 올랐고, 이후에도 4거래일 연속 1400원대 종가를 이어갔다. 지난 2일 야간 거래에서는 1407.0원에 마감했다.
환율 급등 배경에는 글로벌 달러 강세가 자리한다. 미국 2분기 성장률 호조와 유럽 안보 불안으로 달러지수는 지난달 중순 96대에서 98대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한국이 추진 중인 3천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원화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9월 하순 들어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였고, 한국의 대미투자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고 진단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도 “통화스와프 불발, 투자 규모와 시기 불확실성이 원화 강세 전환을 막고 있다”며 “미국 측의 긍정적 회신이 나오기 전까지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한국 증시는 호조세를 보였음에도 환율은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지난 2일 코스피는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하며 3549.21에 마감했지만, 원/달러 환율은 같은 날 1407원에 거래됐다.
지난주 발표된 한·미 환율협상 결과는 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와 미 재무부는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론적 합의만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수개월 전부터 논의돼온 내용이라 시장에는 무의미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환율 흐름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지속 여부, 한미 통상협상 진척 상황에 좌우될 전망이다. 미국은 예산안 합의 실패로 지난 1일부터 셧다운에 돌입했으며, 장기화할 경우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연휴 기간 한미 간 대미투자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 원화에는 강세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미투자 MOU 서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1400원대를 중심으로 등락할 것으로 본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10월 말 한미 협상이 긍정적으로 타결될 경우 환율이 1400원을 밑돌 수 있지만, 불확실성은 연말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며 “현재 전망 범위는 1385∼1410원”이라고 내다봤다.
이민혁 이코노미스트도 “협상 결과가 월말 윤곽을 드러내면 환율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협상 진전과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 4분기 환율은 1350∼1420원 범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구조적 요인으로 달러 수요가 늘고, 수출업체 매도세가 줄어 연말 환율 종가가 1420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