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Chat GPT]](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63_5054.png)
[베이징·푸젠(중국)=진명갑 기자] 중국은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나라’가 아니다. QR코드와 로봇이 일상 속에 스며들고, 5G와 AI가 산업 현장을 재편하며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여전히 혐오와 편견 속에서 과거의 중국만을 바라본다. <EBN 산업경제>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한 한중 언론인 교류사업을 통해 중국 산업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 이 시리즈는 우리가 외면해온 중국의 변화를 마주하기 위한 기록이다.
■ QR코드가 이끄는 디지털 경제의 일상화
중국은 10여 년 전부터 QR코드를 이용한 간편결제가 생활 전반으로 확산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이러한 흐름은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사회’로 진화했다.
중국의 일상에서는 이제 키오스크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대부분의 식당 테이블에는 QR코드가 붙어 있으며, 손님은 스마트폰으로 이를 스캔해 주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끝낸다. 거리의 노점상조차 QR코드를 인쇄해 코팅한 종이를 들고 다닌다. 계산대 앞에 줄을 설 필요도, 종업원이 주문을 받기 위해 움직일 필요도 없다. 디지털 결제가 사회 전반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이다.
![중국의 한 무인 편의점에 설치된 QR코드 계산대. [사진=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64_525.jpg)
이 같은 변화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노년층까지 확산됐다. 2023년 중국 인민은행 산하 조사기관에 따르면,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비율은 전체 소비 결제의 92.7%에 달한다.
QR코드 하나가 중국 사회의 디지털 전환을 상징하는 셈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다. QR코드 결제를 통해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금융, 물류, 유통, 공공서비스 등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를 가속하고 있다.
중국정보통신연구원(CAICT)이 발표한 ‘중국 디지털경제 발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디지털경제 규모는 53조9000억 위안(한화 약 1경830조6600억 원)에 달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8%이며, 경제성장 기여율은 66.45%에 이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에 대해 “중국의 디지털경제 발전은 ‘디지털의 산업화’와 ‘산업의 디지털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구조”라며 “생활의 디지털화가 곧 산업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 중국식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푸저우 창러 국제 공항에서 로봇이 안내하고 있다. [사진=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68_542.jpg)
■ 호텔·공항에서 ‘보여주기’ 넘어 ‘일하는’ 로봇
중국에서 불고 있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은 ‘로봇’이다.
호텔과 공항 등 공공시설 곳곳에서 로봇이 이미 사람의 일을 대신하고 있다. 베이징 도심의 한 대형 호텔에서는 로봇이 룸서비스를 맡는다. 투숙객이 음료나 물품을 주문하면, 로봇은 스스로 엘리베이터를 호출하고 객실 문 앞까지 물품을 전달한다. 사람의 개입은 거의 없다.
베이징 다싱(大興)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로봇팔이 운전자에게 통행권을 건네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공항 내부 곳곳에서도 안내·청소·배송 로봇이 상시 운영되고 있으며, 여행객들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공존한다. 로봇은 더 이상 ‘기술 전시용 볼거리’가 아닌, 생활 속 편의 인프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로봇 팔이 운전자에게 도로 통행권을 건네주고 있다. [사진=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69_5519.jpg)
중국의 로봇 시장은 이제 세계 산업지형을 흔드는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로봇 시장 규모는 470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했으며, 2028년에는 1080억 달러(약 154조2000억 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3%에 이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이미 40%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장이 단순한 자동화의 결과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와 인프라 확충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로봇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며 제조·물류·서비스 전반에 로봇 기술을 확산하고 있다.
산업 현장부터 일상 공간까지, 로봇이 스며드는 속도는 이미 인간의 상상 속 미래를 현실로 바꾸고 있다. 중국의 변화는 ‘노동의 자동화’를 넘어 ‘사회 시스템의 재편’이라는 거대한 실험으로 확산 중이다.
![중국 푸젠성 진장시에 위치한 팜팜식품의 5G 스마트 팩토리 입구 [사진=진명갑 기자]](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70_5542.jpg)
■ 산업 현장에선 5G 스마트 팩토리
서비스 로봇이 일상 공간에 스며들었다면, 산업 현장에서는 5G 기술이 제조 혁신의 심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달 24일 <EBN 산업경제>가 찾은 곳은 중국 푸젠성 진장(晋江)에 위치한 팜팜식품(盼盼食品) 본사 공장이었다. 외관만 보면 평범한 식품공장처럼 보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장 안에는 생각보다 적어 보이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팜팜식품의 생산라인은 사람이 아닌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5G 스마트 팩토리’였다. 제빵 라인에서는 반죽, 성형, 발효, 굽기, 냉각,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있었다.
컨베이어를 따라 이동하는 빵은 초당 단위로 센서와 AI 비전 카메라의 검수를 받는다. AI는 제품의 모양과 색상, 굽기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별해 불량품을 자동으로 선별·폐기한다.
공장 관계자는 “2023년부터 5G 기반의 스마트 공장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과거 백여 명이 투입되던 제빵 공정이 지금은 20명 남짓으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기계·사물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온도, 습도, 재료 재고량, 설비 가동률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팜팜식품 직원들이 제빵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직원들은 육안으로 불량 제품 검수 작업만을 담당한다. [사진=진명갑 기자 ]](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1867_699374_5735.jpg)
공장 내부의 분위기는 놀라울 정도로 정돈돼 있었다. 자동 반죽기와 터널형 오븐 라인이 일정한 리듬으로 돌아가고, 사람의 지시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데이터가 일하는 공장’이란 말이 실감날 만큼, 모든 것이 체계적으로 움직였다.
현재 팜팜식품은 중국 전역에 17개의 현대식 생산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5G·AI·IoT 기술을 결합한 스마트화 전환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으며, 제빵뿐 아니라 음료·견과류·기능성 식품까지 생산 공정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제빵 공정에서 5G 스마트 팩토리의 핵심은 ‘직선 라인 확보’에 있다”며 “라인 전체를 재설계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정밀하게 맞춰야 해 초기 투자와 설비 교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미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산업의 디지털화’를 현실로 만들고 있다. 팜팜식품의 5G 스마트 팩토리는 그 상징적 사례다. 데이터가 사람 대신 공장을 움직이고, 로봇이 제품 품질을 보증하는 현장은 인력 중심에서 기술 중심의 생산국가로 옮겨가는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