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세호 SPC 대표(왼쪽)와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가 선서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2229_699752_5214.jpg)
SPC그룹이 반복된 산업재해 논란의 중심에서 변화를 예고했다. 도세호 SPC 대표이사가 국정감사장에서 “시화공장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공식 인정하며, 회사의 안전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정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한 도 대표는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그 사고는 인재가 맞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안전관리자가 있음에도 사고가 반복된 것은 예견된 인재”라고 지적하며 “SPC의 안전관리 구조가 여전히 현장 중심이 아닌,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질타했다.
이에 도 대표는 “현재 시화공장의 안전관리자는 23명이며, 연말까지 3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사고 이후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전담팀을 꾸려 지속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산업재해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안전관리자 채용이 쉽지 않지만, 경력직 중심으로 인력을 확보해 현장 중심의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SPC그룹은 지난 4년간 세 차례의 사망사고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022년 평택 SPL공장에서 샌드위치 소스 혼합기 끼임사고로 근로자가 숨졌고, 2023년 성남 샤니공장에서는 반죽 분할기 사고로 또 한 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올해 5월에는 시화공장에서 윤활유를 도포하던 근로자가 회전식 컨베이어에 끼어 사망했다. 모두 비슷한 형태의 기계 끼임사고였다.
이 같은 사고는 정부와 사회 전반에 ‘안전불감증 기업’이라는 비판을 불러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시화공장을 직접 방문해 “같은 현장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구조적 문제”라며 “예방비용과 사고의 대가가 균형을 이루지 않는 기업문화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SPC는 대통령 방문 이틀 만에 근무제를 전면 개편했다.
회사는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고, 12시간 맞교대제를 폐지했다. 또 인력 확충, 생산라인 재편, 생산량 조정 등 근본적인 생산 구조 개선에 착수했다.
SPC 측은 “근로시간 단축은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사고 없는 공장’을 위한 구조적 개선의 일환”이라며 “생산 효율보다 안전을 우선하는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감 현장에서는 근본적 변화의 진정성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PC가 근무환경 개선에 1000억원을 투자했다고 하지만 이는 생산 효율성 중심의 투자였을 뿐 안전 투자는 부족했다”며 “대통령 방문 이후에도 야간작업과 공정 운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 대표는 “절박한 심정으로 개선에 임하고 있으며, 현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내부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사고 이후 전 공장의 설비와 공정을 재점검하고 있으며, 관리자 교육과 안전 캠페인을 전사적으로 확대 중”이라고 덧붙였다.
SPC는 현재 전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관리 매뉴얼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각 공장에는 스마트센서 기반의 실시간 위험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위험 공정에는 자동화 설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또 협력업체 직원까지 포함한 ‘통합 안전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해 협력사까지 안전관리 범위를 확장할 방침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번 도 대표의 ‘인재’ 인정 발언을 SPC의 변곡점으로 평가한다.
한 외식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경영진이 공공연히 인재임을 인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책임 회피가 아닌 구조적 개선 의지를 보여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다만 SPC의 과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사고 이후에도 여전히 현장 근로자들의 피로 누적, 외주 인력 관리 문제, 실질적 안전 투자 부족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SPC가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단기 대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근로자 참여형 안전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