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분상제) 단지의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분양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가 최근 3년간 14% 이상 상승하면서, 사실상 '분상제=저렴한 분양가'라는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기본형 건축비는 ㎡당 217만4000원으로, 3월(214만원)보다 3만4000원 올랐다. 2022년 3월(185만7000원) 이후 단 한 번의 하락 없이 3년간 꾸준히 상승해온 셈이다. 3년 전인 2022년 9월(190만4000원)과 비교하면 27만원(14%) 올랐으며, 3.3㎡ 기준 약 89만원 증가했다. 전용 84㎡ 아파트 한 채당 공사비로 환산하면 3000만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건축비 상승은 분양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지구의 분상제 단지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84㎡)은 2020년 최고 7억9000만원에 분양됐으나, 올해 5월 인근의 '고덕강일 대성베르힐'은 같은 면적 최고 9억8000만원에 공급됐다. 5년 만에 2억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경기도 화성의 '동탄역 헤리엇'(97㎡)은 2020년 분양가가 5억6000만원대였지만, 올해 5월 분양한 '동탄포레파크 자연앤푸르지오'는 6억7000만원에 공급돼 1억원 이상 올랐다.

이처럼 분상제 단지의 가격 경쟁력도 점점 약화되면서 수요자들의 '조기 청약 심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올해 9월까지 경기도에서 분양된 단지 중 1순위 청약자 수 상위 10개 단지 가운데 7곳이 분상제 단지였다. 이들 7곳에는 총 6만3118명이 청약통장을 사용했으며, 전체의 72.8%를 차지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미적용 단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인식은 여전하지만, 건축비 상승 속도와 규제 강화 기조를 감안하면 더 이상 '안전한 분양가'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추가 규제를 내놓기 전 비규제 지역의 분상제 단지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연말까지 분상제 적용 단지의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다.

BS한양은 11월 김포 풍무역세권에서 '풍무역세권 수자인 그라센트 1차'를 분양한다. 풍무역세권은 서울과 가까운 입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김포뿐 아니라 서울 수요 유입도 기대된다. 지하철 5호선 연장 추진으로 향후 서울 접근성도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모아주택산업·로제비앙건설은 11월 시흥거모지구 B6블록 '시흥거모 엘가 로제비앙'을 분양할 계획이다. 지하 2층~지상 25층, 전용 61·84㎡, 총 480가구 규모로, 4호선·수인분당선 신길온천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단지 내 어린이집과 초·중학교 부지가 인접해 교육 인프라도 갖췄다.

계룡건설·한신공영 컨소시엄은 10월 수원시 권선구 당수1지구에 '엘리프 한신더휴 수원'을, KR산업은 창원시 의창구 명곡동 일원에 '엘리프 창원'을 선보인다. 각각 1149가구, 349가구 규모다.

서울에서는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 드 서초'(1161가구·일반분양 56가구)와 서초구 잠원동의 '오티에르 반포'(251가구·일반분양 87가구)가 공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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