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생성 이미지.[출처=오픈A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072_700696_1242.jpg)
금융감독원이 다시 한번 '공공기관 지정'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 등 최고의사결정기구가 금감원 개편 저항 및 개편 중단에 대한 새로운 장치를 필요로 하고 있다. 관건은 감독 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이냐 공적 기관으로서의 ‘책임감’이냐라는 명분이 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2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정부의 분리 개편을 철회시켰지만 내부적으로는 묘한 긴장감이 여전히 감돌고 있다. 최근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표면상으로는 제도 논의지만, 실상은 금융당국의 힘의 균형을 재정비하고 독립성과 공공성 중 어떤 가치를 따르느냐의 싸움이다. 금감원 입장에서는 조직 분리를 철회 시킨 대신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새로운 족쇄를 차게 되는 상황이 된다.
지난달 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정부조직법 개정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해체 및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 등 금융당국 개편안을 제외하기로 확실시했다. 미국과의 관세협상과 불안한 내수 경제 국면에 금융감독당국을 6개월 이상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하는 것이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이는 ‘공공기관 지정’ 여부와는 다르게 접근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 결정에 따른 지정·해제는 정부조직법과 다른 영역이다. 정부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제 6조에 따라 매년 1월 공공기관을 확정해 발표한다. 일정상 내년 1월 전후 공운위가 금감원의 지위를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구조다.
여권 내에서는 공적 기관인 금감원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당정은 특히 금감원이 조직개편 이슈에 저항하며 해당 논쟁을 철회시킨 이상 어느 정도의 금감원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기류를 보인다. 당정이 금감원에 양보를 했으니, 금감원도 일정 부분 양보는 감수하라는 의미로 들린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애초에 국정기획위원회가 그린 조직 개편안엔 포함되지 않았으나, 당정 협의 속에서 새롭게 추가됐다. 여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개편이 철회되는 과정에서 국정위 및 대통령실이 금감원에 대한 실망이 발생했다"면서 "이같은 배경 때문에 금감원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여전히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감원 노조 비대위는 개편 철회 직전과 직후 연속 집회를 통해 공공기관 지정 반대 기류를 명확히 했다. 금융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이유다.
비대위는 “독립성과 중립성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가치”라며 내년 1월 공운위 결정을 앞두고 ‘소비자보호 성과’로 금감원의 역할 수행을 분명히 해 여론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는 이유로 처우 악화에 있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국가에 의해 만들어져 정부 기관인 금융위 산하에서 금융 감독이라는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지만 지위는 ‘민간 조직’이다.
이에 따라 직원 임금, 정원, 예산 편성 등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아 그동안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급여 수준을 유지해왔다. 민간 금융사들의 높은 연봉 수준이 금감원 급여에 영향을 준 측면도 존재한다.
만약 금감원이 공공기관에 지정될 경우 경영평가·예산편성·정원·보수 등 모든 부분에서 정부 통제가 강화되고, 기관장 해임 건의 가능성까지 포함한 인사·거버넌스 등 직접적인 통제와 정기적인 관리를 받게 된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009년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됐다. 그러다 2017년 금감원 내부 채용 비리와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본격적으로 공공기관 지정이 다시 추진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정부의 통제를 받게 된다면 곧 독립성의 훼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금융감독이 정치적 판단의 영향을 받게 되면 금융시장 전체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독기관이 정부 기조에 따라 움직인다면, 금감원의 의사결정이 ‘시장논리’보다 ‘관치금융’의 그림자에 얽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금감원이 법적으로는 공공기관일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중앙은행·국세청처럼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금감원이 스스로를 ‘독립기관’이라고 하지만, 결국 민간 금융사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소비자보호에 대한 미션을 갖고 있다"면서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투명한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정대 측에서는 최근 몇 년간 반복된 금융사기와 부실 관리 사례를 거론하며 “금감원의 자체 규제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지정은 단지 정부의 간섭이 아니라, 금감원의 책무를 국민에게 알리는 과정이라는 주장이다.
이 두 논리는 강하게 충돌한다. 감독업무의 중립성을 지키려는 쪽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감독 방향이 흔들릴 것”이라 말하고, 반대편은 “금감원이 ‘관치’가 아니라 ‘공공책임’을 거부하려는 것 아니냐”고 받아친다.
마치 한쪽은 “시장과 독립”을, 다른 한쪽은 “국민과 연결”을 외치며 서로 다른 언어로 금융의 본질을 정의하려는 양상이다.
금융사들은 어떨까. 한 금융사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되면 인사나 예산에 제약이 많아지고 금융감독이 시의성을 잃을 수 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어쩌면 공공감독기관의 숙명이고 감시받는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 논쟁의 핵심은 ‘누구를 위한 독립이며, 누구를 위한 공공성이냐’는 질문에 닿는다. 독립성을 중시하는 쪽은 금감원이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결국 금융시장의 시스템이 유지된다고 믿는다. 반대로 공공성을 강조하는 쪽은 국민으로부터 분리된 독립은 오히려 무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