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타워 전경 [출처=롯데물산]
롯데월드타워 전경 [출처=롯데물산]

롯데지주가 대량 자사주 보유와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이중 딜레마’에 빠졌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자사주 활용 문제와 저PBR에 대한 지적이 동시에 지적되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롯데그룹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고정욱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 사장은 국회에서 추진 중인 3차 상법 개정과 관련해 “시간을 갖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는 즉각적인 소각보단 장기 검토를 택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롯데지주는 지난 6월 자사주 524만5461주를 롯데물산에 매각하면서 자사주 비중을 발행주식총수의 32.5%에서 27.5%로 줄였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주요 비금융기업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당 매각 이후 소액주주 지분율은 2.2% 감소한 반면 신동빈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은 2.66% 증가했다”면서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에 고 사장은 “2016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진행된 10개 계열사 합병 과정에서 자사주가 불가피하게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롯데지주의 자사주 처리 방안을 두고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재무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방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롯데지주가 사업 확장 등을 위해 글로벌 전략적 제휴나 인수합병(M&A)을 충분히 할 수도 있지 않냐”며 “그런 과정에서 가지고 있는 자사주를 상호 주식 교환하거나 M&A 대금으로 지급함으로써 회사의 자산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자사주를 단순 소각하는 것보다 타 기업과의 협업에 활용하면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대량 자사주와 함께 저PBR도 롯데지주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롯데지주의 PBR은 0.46배 수준으로 기업의 장부가치에도 못 미치는 ‘저평가’ 상태다. 일반적으로 PBR이 1 미만이면 기업의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과소평가돼 있음을 의미한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PBR이 1 이하라는 것은 재무적으로 비정상적인 신호”라며 “롯데지주가 보유한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하고 주주가치를 어떻게 제고할지가 향후 주가 회복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사장은 “롯데지주는 계열사 주식을 90% 이상 보유한 투자형 지주회사로 코로나19 이후 계열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시가총액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 PBR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며 “본질적 경쟁력 강화와 배당 확대를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관건은 롯데지주가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유지’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소각’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확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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