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랜드 광명 evo 플랜트 [출처=기아]
오토랜드 광명 evo 플랜트 [출처=기아]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설정을 앞두고 이해관계자들의 공방이 치열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NDC를 최대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NDC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완성차 업계는 생태계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목표를 설정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이라는 방향성은 공감한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생태계 현실을 고려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현재 NDC가 탄소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8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기우에너지환경부(환경부)는 2035 NDC 수립 관련 공청회를 오는 11월 4일 개최한다. 

NDC는 지난 2015년 체결한 파리협정에 따라 각국이 스스로 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로, 5년마다 NDC를 설정해 유엔기후변화협약(INFCCC)에 제출한다. 앞서 정부는 2030 NDC를 40%로 설정해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2035 NDC 시나리오로 48%, 53%, 61%, 65% 등 4개 감축 안을 제시했다. 이후 토론과 국무회의 등을 거쳐 10월 중순께 최종 감축 시나리오를 결정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시나리오를 두고 산업계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면서 공청회가 미뤄지게 됐다.

특히, 완성차 업계를 필두로 한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국내 완성차 부품업계 매출액 전체의 86.5%가 내연차 부품을 판매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분석에 따르면 가령 2035 NDC를 48%로 설정하더라도 2035년에 판매하는 차량의 90% 이상이 무공해차, 즉 전기차 또는 수소차여야 한다. 전동화 전환 여력이 없는 95%의 영세 부품 기업은 2035 NDC 시나리오에 따라 사라질 것이란 우려다.

반면, 시민단체와 일부 정치권 등은 강도 높은 NDC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려면 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해야 하므로 신산업 개척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탄소중립 이행이 향후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학계 역시 탄소중립의 필요성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속도 조절에서 분위기가 엇갈린다. 호주 등과 같이 NDC를 상향 설정하고 이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맞선다. 

NDC를 상향 설정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탄소 감축 수단 연구개발이 신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정부 역시 동일한 전략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여타 전문가들은 현재 실질적인 전략이 없다는 점을 우려한다. 탄소중립과 경제 산업 부흥이 시너지를 발휘해야 하는데, 되려 탈산업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수송부문 NDC가 그 예시다. 위성곤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기준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77만4878대로 집계됐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설정한 2030년까지의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인 420만대와는 거리가 멀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내년부터 매년 68만대의 전기차를 보급해야 한다. NDC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국내 자동차 산업의 탈탄소화만 추진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과도한 2035 NDC 설정이 국내 산업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35 NDC를 이행하려면 향후 전기차 또는 수소차만 판매해야 하는데, 공급이 수요를 웃도는 괴현상이 나타나면서 자동차 산업의 성장마저 저해할 수 있다고 본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을 선도했던 유럽마저 관련 정책 재조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영국이 무공해차 의무판매제 완화 개정안을 발표하는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이다. 학계는 아무리 탄소중립이 중요한 문제라도 자국 산업 육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도,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우선시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탄소중립 정책을 펼치더라도 국가 이익을 배제해선 안 된다"면서 "현재 탄소중립 정책은 산업 육성이 아닌 탄소 감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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