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전경. [출처= 최수진 기자]
한국거래소 전경. [출처= 최수진 기자]

사상 첫 코스피 4000p 시대를 연 국내 증시의 주역 중 하나는 외국인 투자자였다. 특히 미국과 아일랜드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는 영국계 자금이 새롭게 시장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외국인 매매 동향에 따르면 코스피 ‘불장’이 본격화한 올해 6월 초부터 9월 말까지 국내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8조2280억원에 달하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외국인 전체 순매수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규모다.

뒤를 이은 아일랜드 투자자들도 4조2090억원을 순매수하며, 이 시기 중동·아시아계보다 더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였다. 특히 아일랜드는 상반기 월평균 1400억원 수준이던 순매수 규모가 하반기 들어 월 1조원대로 급증하며 유의미한 추세 전환을 나타냈다.

이외에도 룩셈부르크(1조6750억원), 독일(1조600억원), 중국(2810억원) 등도 국내 주식 시장에서 꾸준한 매수세를 유지하며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한편, 단기 매매 성향이 강한 영국은 1~8월 동안 11조8910억원을 순매도했으나, 9월 들어서는 2조1910억원을 순매수하며 매도세에서 ‘사자’로 전환됐다. 이 같은 전환 흐름은 10월 들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10월 1~24일 사이 집계한 외국인 국적별 순매수 동향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 상장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국가는 영국(3조960억원)으로, 같은 기간 미국(1580억원)과 비교해 2조5000억원 이상 더 많은 매수를 기록했다.

이어 노르웨이(5850억원), 아일랜드(3290억원), 독일(2050억원), 프랑스(1440억원) 등 유럽계 투자자들의 순매수세도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과 거래소의 집계 방식 차이로 정확한 수치는 다르지만, 유럽계 자금이 10월 들어 한국 주식시장에 본격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흐름은 분명하다.

전날 코스피는 4042.83으로 장을 마감하며 사상 최초로 4000선을 돌파했다. 지난 5월 말 2697.67이던 지수는 5개월 만에 1345p 넘게 상승하며, 10월 들어서만 여섯 차례에 걸쳐 100p 단위로 신기록을 갱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 같은 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계 기관의 ‘바이코리아(Buy Korea)’ 전략이 장기화될 경우, 코스피 5000 시대를 향한 추가 상승 여력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원·달러 환율의 하향안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원화 약세는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 불확실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는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 문제와 관련한 실마리가 나올 수 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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