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기흥 본사 전경 [출처=삼성SDI]](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3932_701691_3115.jpg)
삼성SDI가 올해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다.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와 미국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채 핵심인 배터리 사업의 적자 폭이 대폭 확대됐다.
삼성SDI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북미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에서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 4분기 흑자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계획이다.
2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연결기준 올해 3분기 591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금액 195억원이 포함된 수치다.
앞서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올 3분기 3074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 적자 규모는 예상치 대비 2900억원가량 많았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5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 줄었고, 순이익은 57억원으로 97.5% 감소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편광필름 사업 양도에 따른 처분 손익 등의 영향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게 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1조4232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 배터리 부문 적자 확대…전기차 매출 부진과 美 관세 영향
삼성SDI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핵심 사업인 배터리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 컸다.
3분기 배터리 부문은 전기차 배터리 판매 둔화와 미국 세액공제(AMPC) 감소, ESS 관세 영향 등으로 63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2000억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소형 배터리 적자 폭은 줄었지만 전기차 매출 부진과 관세 영향이 더해지면서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82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8%,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했다.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주 활동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삼성SDI는 원통형 46파이와 각형 배터리를 기반으로 여러 글로벌 완성차업체(OEM)들과 총 110기가와트시(GWh) 이상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또 국내 제1차 ESS 중앙계약시장 수주도 성공적으로 확정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담당하는 '전자재료' 부문은 선방했다. 주요 고객의 신규 스마트폰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와 인공지능(AI) 서버용 반도체 소재 판매 확대로 매출과 수익성이 개선됐다. 전자재료 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 330억원에서 3분기 388억원으로 17.8% 늘어나 배터리 부문의 적자 확대 일부를 상쇄했다.
■ 4분기 반등 전망…관건은 북미 'ESS' 시장
삼성SDI는 미국 ESS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올 4분기 실적 반등을 자신했다. 미국 ESS 시장이 올해 80GWh에서 2030년 130GWh 수준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현지 생산 체제 확립을 통해 ESS 대응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이달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법인인 SPE(StarPlus Energy)에서 NCA 기반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하며 ESS용 배터리의 현지 양산을 본격화했다.
이어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말경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30GWh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ESS 시장은 높은 안전성과 고에너지 밀도 장점을 가진 각형 배터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현재 비(非)중국계 기업 중 유일하게 각형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삼성SDI의 경쟁력이 한층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용휘 삼성SDI ESS 비즈니스팀장 부사장은 "일부 배터리 업체들의 미국 ESS 전환으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지만, 현재 수요 대비 캐파(생산능력) 커버 비중은 약 30% 수준에 불과하다"며 "중국산 배터리 사용이 줄고 현지 업체 구축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수요 우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로 전환해 내년 말까지 약 30GWh의 ESS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성 삼성SDI 경영지원실장 부사장 역시 "4분기 실적은 전기차 배터리의 단기 반등은 어렵다고 보지만 다른 사업 부문의 매출 회복으로 3분기 대비 적자 폭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 등 신규 사업 기회 확대
삼성SDI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규모는 올해 2만 대 수준에서 2030년 60만대 이상으로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용 배터리는 탑재 공간이 좁아 초소형, 초경량 급속 충전 등 맞춤형 성능이 요구된다. 이에 로봇 고객사들은 전동 공구 시장에서 검증된 삼성SDI의 고출력·고용량 원통형 배터리를 채용하는 추세다.
현재 일부 기업들과 비즈니스 협력 논의도 진행 중이다.
삼성SDI는 "휴머노이드 로봇 배터리는 초소형, 초경량 급속 충전 등 맞춤형 성능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사는 원형 배터리 기반 코인셀, 파우치 기반 미니셀 등을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는 AI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러 로봇 고객사들이 검증된 당사 원형 배터리를 채용 중이며, 비즈니스 기회를 지속 확대해 나가기 위해 다수의 로봇 업체와 추가적인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