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김승모 한화 건설부문 대표, 우) 김우석 한화 건설 부문 신임 대표 내정자[출처= 한화그룹]](https://cdn.ebn.co.kr/news/photo/202510/1684153_701933_5537.png)
한화그룹이 건설부문 수장을 교체했다. 지난 3년간 사업 확장과 복합개발 중심의 체질 변화를 주도한 김승모 대표가 물러나고, 재무 전문가인 김우석 ㈜한화 전략부문 재무실장이 새 대표로 내정됐다. 표면적인 인사 교체이지만, 그 속엔 건설업황의 급격한 변화를 반영한 그룹의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 외형 중심의 성장기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을 중심으로 한 '내실의 시간'으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한화그룹은 지난 28일 수시 인사를 통해 김우석 실장을 한화건설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김우석 내정자는 ㈜한화 경영기획실, 지원부문 등을 두루 거친 '재무통'으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기마다 실무를 주도해 온 인물이다. 특히 자금·전략 부문 경험이 풍부해 향후 건설부문의 재무 체질 개선과 수익성 강화, 사업 효율화 등 구조적 과제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우석 내정자의 선임은 불확실성이 커진 건설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안정 중심형 교체'로 풀이된다. 고금리와 원자재 상승,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사들은 외형 확대보다 재무 건전성과 현금흐름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한화그룹 또한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수익구조를 안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3년 간 한화 건설 부문을 이끌어 온 김승모 대표는 회사가 ㈜한화에 흡수·합병된 2022년, 새 건설부문의 초대 수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방산·신사업 등 그룹의 전략 분야를 두루 거친 '전략통 CEO'로, 출범 초기부터 조직 안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집중했다. 그의 리더십 아래 한화건설은 단순 시공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개발·운영형 디벨로퍼 모델로 전환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정상화, 복합개발사업 확대, 인프라·에너지 인프라 진출 등이 대표적이다. 사업의 방향성과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그의 3년은 '확장의 시간'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성과 뒤에는 한계도 분명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흔들렸다. 취임 당시인 2022년 2662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41억원까지 반등했지만, 수천억원에 달했던 예전 지표까지 끌어 올리기엔 역부족했다.
국내 주택 경기 둔화로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해외에서는 이라크 비스마야 프로젝트를 비롯한 일부 현장의 공정 차질과 원가 부담이 지속됐다. 특히 고금리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현금흐름이 경직된 상태다. 여기에 복합개발 사업 확대 과정에서 초기 투자비가 늘어나며 재무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에 대응해 'TOP추진실'을 신설하고 원가·경영 효율화를 강화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부동산 침체 속에서 가시적 회복을 이루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그룹은 건설부문의 다음 과제를 ‘성장’이 아닌 '안정'으로 정의했고, 이번 인사를 통해 그 역할을 재무 전문가에게 맡기게 됐다는 평가다.
건설업계 전반의 환경도 이러한 변화의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금리와 원자재 상승, 발주 축소가 장기화되며 수주보다 원가·현금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금은 외형 확대보다 내실 경영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며 "한화가 재무통 CEO를 전면에 세운 것은 불확실성 시대에 대비한 위기관리형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화 측은 "김우석 신임 대표가 축적된 재무관리 역량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건설부문의 우량 수주 확대, 재무 체질 개선, 안전경영 강화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인사로 김승모 대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략부문 방산전략담당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