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EB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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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통신업계의 ‘빅2’ SK텔레콤과 KT가 올해 잇따른 해킹 사태를 계기로 대대적인 리더십 변화를 맞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발생한 해킹 사고 이후 홍범식 대표 취임 1년을 갓 넘긴 시점이라 교체 가능성이 낮은 반면, SKT와 KT는 해킹 여파 속에서 최고경영진 교체와 거버넌스 개편 등 후속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달 30일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법조인 출신인 정 신임 CEO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 등을 거쳐 2020년 SKT 법무그룹장으로 합류한 뒤, SK스퀘어 투자지원센터장과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역임했다.

정 CEO는 SKT 역사상 첫 법조인 출신 수장으로, 회사가 직면한 해킹 사태의 법적·제도적 대응을 총괄하는 ‘위기 관리형 CEO’로 평가된다.

유영상 전 CEO가 AI 컴퍼니 전략을 진두지휘하며 성과를 냈지만,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4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데 따른 후임 인선이다.

정 신임 CEO는 이날 개막하는 ‘SK AI 서밋’에서 ‘AI 인프라 전략의 넥스트: AI 인프라 슈퍼 하이웨이 2.0’을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서며 공식 데뷔전을 치른다. 그는 “AI 혁신을 통한 기업 신뢰 회복과 보안 거버넌스 강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경영공백 최소화를 위해 한명진 SK스퀘어 사장을 MNO CIC(통신 사업부문)장으로, 유경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정석근 GPAA사업부장을 AI CIC(사내 AI 조직) 공동대표로 선임했다.

특히 AI CIC는 출범 한 달 만에 대규모 조직 개편과 인력 재편에 착수한 만큼, 정 CEO가 내부 반발을 어떻게 조율하고 AI 중심 조직으로 재정비하느냐가 단기적 리더십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KT 역시 수장 교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임기인 김영섭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 9월 발생한 해킹 및 무단 소액결제 사태로 고객 피해가 확산되면서, 김 대표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상황이 수습되면 사퇴를 포함해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KT 이사회는 이달 사외이사 8명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차기 대표 공모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과거 구현모 전 대표의 ‘셀프 연임’ 논란 이후 KT는 거버넌스 개편을 단행해 대표이사 연임 우선심사 제도를 폐지하고 공개경쟁 방식의 CEO 선출 원칙을 세운 바 있다.

차기 KT CEO에게는 해킹 사태로 드러난 통신 보안 체계의 전면 재정비가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김영섭 대표가 재임 중 마이크로소프트와 총 2조3000억 원 규모의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공공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가시적 성과가 미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따라 AI 및 클라우드 전략 전면 재검토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KT는 오는 4일 이사회를 열어 해킹에 따른 고객 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전 고객 대상 무상 유심 교체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만 위약금 면제 여부는 이번 안건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SKT가 CEO 결정으로 신속히 유심 교체를 단행한 반면, KT는 이사회 의결로 넘긴 것은 다소 소극적인 대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KT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유심 교체는 중대한 경영 사안으로 이사회 보고와 의결이 필요한 절차”라며 “위약금 면제는 민관 합동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후 이사회 논의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해킹 사태가 업계 전체 신뢰를 흔든 만큼, SKT와 KT 모두 CEO 교체를 계기로 보안 거버넌스 강화와 AI 중심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가 중장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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