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국민은행 사옥. ⓒKB국민은행
▶ KB국민은행 사옥. ⓒKB국민은행

KB국민은행이 오늘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은행까지 가세하면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창구가 사실상 모두 닫히는 셈이다.

정부의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방침과 총량규제 강화로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연말 대출절벽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대출모집인 채널을 통한 신규 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일시적 조치"라며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조치로, 내년 1월 이후 실행분은 정상적으로 접수 및 심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대출모집인은 은행과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 희망자와 금융기관을 연결하는 법인 또는 상담사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절반 이상이 이 경로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집인 채널은 영업점 외부 고객 유입의 핵심 통로로, 해당 창구 중단은 사실상 신규 가계대출이 멈춘 것과 같다.

그간 KB국민은행은 "타행 대비 대출 한도 관리가 안정적"이라며 별도 제한 없이 영업을 이어왔다.

그러나 다른 주요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을 조이면서 수요가 KB국민은행으로 집중되는 '풍선효과'가 나타났고, 결국 KB국민은행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권에선 "다른 은행들의 대출 규제로 수요가 KB국민은행으로 몰리며 한도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빨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써 5대 시중은행이 모두 대출 접수를 제한하게 됐다. 신한, 하나, NH농협은행은 모집인 채널의 신규 대출 접수를 제한했다.  

우리은행은 모집인 채널을 막지 않았지만 이달과 다음 달 영업점별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월 10억 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한도 월 10억원은 한 달 2~3건의 대출만으로도 한도가 소진될 정도로 작은 금액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은 연말까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4분기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14를 기록, 대출 심사가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은 주택대출 -28, 일반대출 -19로 부정적 응답이 두드러졌고, 기업대출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플러스를 기록했다.

한은은 "6·27 대책 이후 가계대출 총량 감축, 주택자금대출 한도 제한, 스트레스금리 상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말마다 되풀이되는 대출절벽 현상은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말에도 은행들이 정부의 대출 총량 관리 방침에 맞춰 한도를 조기 소진하며 창구를 닫았다. 정부가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터 총량 관리 단위를 '연간'에서 '월별·분기별'로 세분화했지만 실효성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내년 1월 실행분 대출을 미리 접수하는 등 사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연말 한도 소진에 따른 '대출 공백기'를 우회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여전히 정부 목표치를 웃도는 상황에서 연내 추가 완화 가능성은 낮다"며 "보수적 대출 기조는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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