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증권부 이해선 기자.
금융증권부 이해선 기자.

NH투자증권이 모든 임원의 국내 상장주식 매수를 전면 금지했다. 고위 임원의 미공개정보 유출 사건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이다. 조직적 위기를 앞두고 ‘윤리경영 강화’라는 간판을 걸었지만 시장이 받은 인상은 달랐다. 책임은 흐렸고, 본질은 비껴갔다.

사건의 핵심은 명확하다. NH투자증권 고위 임원이 상장사 공개매수 정보를 외부로 흘렸고 이를 전달받은 지인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 금융당국은 이를 “주가조작에 준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했다.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내부 정보가 새는 구조 그 자체였다. 금융당국 또한 이 사건을 시스템 리스크라 판단했다.

그런데도 NH투자증권은 정작 그 구조보다는 “앞으로 주식 못 사게 하겠다”는 엉뚱한 해법을 꺼냈다. 누출 경로는 그대로 둔 채 임원 전체 손만 묶었다. 내부통제 강화라는 목적과 취지에는 부족하다. 누수가 됐는데 수도꼭지만 잠근 격이다.

윤리경영을 강조했지만 감시는 빠졌다. 정보 접근 이력 관리, 차명 거래 추적 시스템, 실시간 이상거래 탐지 같은 실질적 통제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기존 주식의 매도는 허용되고 차명 거래를 실시간으로 감지할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조치의 모순도 지적받을 수밖에 없다. 사건 초기 NH투자증권은 “개인의 일탈”이라며 조직과 선을 그었다. 그러나 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일괄 금지는 사실상 조직적 책임을 시인한 셈이다. 대응의 논리도, 타이밍도 일관성을 잃었다.

윤리경영은 말이 아니라 통제로 세워야 한다. 문화와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선언도 진정성을 얻지 못한다. 이번 금지령은 책임을 진 조치라기보다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에 급히 내놓은 대응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감시 체계를 손보지 않는다면 이 위기는 반복된다.

문제의 뿌리를 보지 못한 대책은 공허하다. 통제받지 않는 권한을 쥔 임원이 다시 시장을 흔드는 일을 막고 싶다면 지금 NH투자증권은 말이 아니라 구조로 사과할 차례다. 그래야 시장도 귀를 기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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