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유소 풍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출처=EBN]
서울 시내 주유소 풍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계 없음. [출처=EBN]

올해 상반기에만 조(兆) 단위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던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7~9월) 들어 일제히 흑자로 돌아서며 한숨을 돌렸다.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정유 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제외한 값)이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환율 상승 효과마저 겹치면서 실적 개선의 숨통을 틔웠다.

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S-OIL),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은 올 3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축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던 2분기와는 상반된 성적표다.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올 3분기 영업이익이 5735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손실 4233억원)와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0조5332억원으로 16.3% 늘었고, 순손실은 943억원으로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석유 사업은 정제마진 개선과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효과로 매출 12조4421억원, 영업이익 3042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에 힘입은 석유사업의 흑자 전환과 LNG 발전소 계절적 성수기 효과에 따른 SK이노베이션 E&S사업의 견조한 실적이 더해지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은 3분기 영업이익이 22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8조4154억원으로 4.8% 줄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역래깅효과(-48억원)가 반영됐지만 환율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세에 힘입어 적자 행진을 끊었다. 정유 부문은 매출 6조6943억원, 영업이익 1155억원을 달성했다. 아시아 정제마진이 러시아 정제설비의 가동차질 등에 따른 공급 제한으로 등경유 제품 스프레드가 강세를 보이면서 상승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정제마진 상승효과를 봤다. 매출 7조3285억원과 영업이익 1912억원을 기록, 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 역시 3분기 정유 부문에서 흑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정유업계는 지난 2분기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선 데다 핵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마저 손익분기점 이하를 밑돌면서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다.

하지만 3분기 들어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7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가 9월 말 배럴당 9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동시에 정제마진도 개선됐다. 정제마진은 정유사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 등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을 때 남기는 이익으로, 대개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하반기 여름철 드라이빙 시즌 효과와 휴가철 항공유 수요 증가 등의 영향이 맞물리면서 석유 제품 공급이 타이트해졌다. 3분기 평균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8~10달러 선을 유지하며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업계에서는 겨울철 난방유 수요가 늘어나는 계절적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흑자 기조가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변동성이 존재한다. 특히 고금리·고물가 기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만큼 석유 제품의 최종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정유사 재고평가손실이 불가피해 실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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