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 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출처=HMM]

글로벌 해운 시황이 미중 화해무드 속에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미중 간 항만수수료 유예 등 통상 완화 조치가 발표되면서 교역 환경이 다소 회복되고, 주요 항로에서의 공급 감축과 운항 조정이 맞물리며 컨테이너선 운임은 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건화물선 시장은 철광석과 석탄 수요 둔화로 약세가 지속되며 회복 폭이 제한적이다.

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550.7로 전주(1403.46) 대비 10% 이상 상승, 4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SCFI는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항로별 컨테이너 운임 수준을 집계한 지수로, 전 세계 해운시장의 시황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미주와 유럽 주요 항로의 개선세가 눈에 띈다. 미국과 중국은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상호 부과하던 항만수수료를 1년간 유예하고 일부 관세 및 전략물자 규제를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2주간 이어졌던 수수료 부과 여파로 선사들의 부담금이 수백만달러 규모에 달했지만, 이번 유예 결정으로 단기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미주항로는 연휴기간 동안 대규모 공급 감축이 이뤄지며 소석률이 개선돼 4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미 서안 노선은 FEU(40피트 컨테이너)당 2647달러로 전주 대비 494달러 상승했고, 동안은 3438달러로 400달러 이상 올랐다. 11월 들어 감축 폭은 줄겠지만, 선사들은 일반운임회복(GRI) 시행을 통해 운임 인상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미중 ‘화해무드’에도 물동량 개선은 아직 미지수다. 중국의 대미 수출 관세가 여전히 45% 수준으로 높아 단기 반등은 제한적으로 예상되며, 일부 불확실성 개선에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유럽항로도 상승세가 지속됐다. 10월 한 달간 북유럽향 선복이 21만TEU 이상 줄어들며 올해 3월 이후 최대 폭의 감축을 기록했고, 지난달 파업 여파로 로테르담과 안트워프 등에서 체선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운임 상승을 뒷받침했다. CMA-CGM 등 일부 선사는 아시아–유럽 백홀 구간에서 수에즈 운하 이용을 재개하며 항로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역내 및 동남아항로 역시 중국발 단거리 화물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며 3주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물류 흐름이 안정되고 중소형 선사 중심의 운항 효율이 개선되면서 안정세가 이어지는 분위기다.

반면 건화물선 시장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건화물선운임지수(BDI)는 1966포인트로 전주보다 소폭 하락했다. 대형선 케이프사이즈 시장은 미·중 무역합의로 심리적 안도감이 퍼졌지만 철강용 원료 수요 둔화가 지속되며 상승 폭이 제한됐다. 

중국 제강사들은 수익성 악화로 고품위 철광석 구매를 줄였고, 제조업 PMI는 7개월 연속 50 미만을 기록해 경기 위축세가 이어졌다. 파나막스선도 중국의 석탄 수입 감소와 브라질·미국의 곡물 수출 차질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컨테이너는 공급 조절과 GRI 효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원자재 수요 부진으로 벌크 시장은 제한적인 개선만 보였다”며 “실질적 관세 인하 효과는 10%포인트에 그치며 대대적인 수요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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