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출처=삼성전자 ]](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006_703977_055.jpg)
인공지능(AI) 수요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확대 여파로 범용 D램 공급이 빠듯해진 가운데 저가를 무기로 내세웠던 중국산 D램도 가격이 오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파장이 D램 시장에도 변화를 일으키는 양상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PC용 D램 범용 제품(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달보다 11.1% 오른 7달러로 집계됐다. DDR4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7달러를 넘어선 건 2018년 12월(7.3달러) 이후 6년 10개월 만이다.
닛케이신문은 "이달 4일 기준 DDR4 8Gb 스팟 가격은 개당 9달러 수준"며 "최근 1개월 동안 36% 상승했고, 지난해 말 대비 6배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가격 급등의 배경으로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HBM 중심 생산 전환이 꼽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이 고성능 D램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면서 범용 물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 여기에 중국 CXMT도 차세대 제품으로 전환한다는 관측이 확산하며 품귀 우려를 키웠다.
최근에는 마이크론이 중국 서버용 반도체 사업에서 철수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자국 생산을 강화하는 중국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던 CXMT D램도 가격이 상승했다.
테크인사이츠는 "마이크론의 철수로 공급이 줄고 CXMT 제품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CXMT와 비(非) 중국산 제품과의 가격 차가 크게 좁혀지고 있다"며 "대량 계약 가격도 상승 중"이라고 분석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전형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가격 급등 후 하락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D램 가격 상승세가 반년 이상 지속되고 있고 공급난 해소 시점도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환경에서 공급사들은 계약을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10월 예정이었던 DDR 고정거래가격 협의를 이달 중순으로 미뤘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도 가격 협상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D램 가격 강세는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약 70%의 점유율의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최근 일반 D램 가격 상승과 이로 인한 수익성 개선이 가파르게 진행 중"이라며 "HBM과 일반 D램 간 상대적 수익성을 고려해 추가 증산 규모는 시황을 모니터링하며 적정 규모로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진입이 메모리 수요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서버향 수요가 범용 D램 시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