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구인광고 차별 논란은 ‘AI 알고리즘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글로벌 규제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번 판결을 ‘디지털 인권의 분수령’으로 평가하며,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 설계 단계부터 ‘공정성 감시 체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출처=로이터]](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205_704195_121.jpg)
유럽 인권기구가 페이스북의 광고 알고리즘이 성별에 따라 구인광고를 차별적으로 노출시켰다는 판단을 내렸다.
11일 CNN에 따르면, 프랑스 평등규제기관과 네덜란드 인권연구소는 최근 잇따라 메타(Meta)가 운영하는 페이스북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직종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성차별을 조장했다며 시정 명령과 함께 결과 보고를 요구했다. 이는 AI 알고리즘의 편향이 실제 고용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디지털 인권 침해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네덜란드 인권연구소는 지난 2월 판결에서 “페이스북의 구인광고 시스템이 여성 사용자에게 전형적인 여성 직종을, 남성에게는 기술직 광고를 우선 노출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NGO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가 지난 2023년 발표한 공동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당시 글로벌 위트니스는 페이스북 구인광고를 분석한 결과 정비사·운전직 광고는 대부분 남성에게, 유치원 교사·간호직 광고는 여성에게 집중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결과는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성별 데이터를 활용해 ‘관심 직군’을 예측하는 과정에서 역사적 성별 고정관념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소는 “메타 플랫폼 아일랜드(Meta Platforms Ireland Ltd.)가 자사 광고 알고리즘이 차별에 관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향후 차별 방지를 위한 알고리즘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프랑스 평등규제기관도 지난달 동일한 결론을 내리며 “메타의 광고 구조는 프랑스 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메타 측은 CNN의 질의에 “광고주가 성별을 기준으로 타겟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방어에 나섰다.
메타 대변인은 “현재 미국,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 등 40여 개국에서 구인·주택·신용 광고에 타겟 제한을 적용 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AI 학습 알고리즘 내부의 편향 요인을 어떻게 검증·조정하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메타가 명시적 타겟팅을 차단하더라도, 알고리즘이 과거 데이터와 이용자 패턴을 학습하면서 ‘비의도적 성별 차별’을 자가 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네덜란드 인권단체 뷰로 클라라 비히만(Bureau Clara Wichmann)의 버티 배너(Berty Bannor)는 “이번 판결은 디지털 공간에서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차별금지 원칙이 적용돼야 함을 명확히 했다”며 “메타와 같은 글로벌 기술기업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AI 알고리즘에 대한 법적 감시와 인권 기준 강화 움직임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측한다.
네덜란드의 인공지능 법률 전문가 안톤 에커(Anton Ekker)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데이터 보호 규제기관이 메타에 벌금을 부과하거나, 알고리즘 수정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성별·인종·종교 차별을 강화하는 AI는 향후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타가 최근 다양성·포용성(DEI)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플랫폼 내 증오 표현 허용 범위를 넓힌 것도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메타는 트랜스젠더를 ‘그것(It)’으로 지칭하거나 여성을 ‘가정용품’으로 표현하는 게시물에 대한 삭제 조항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디지털 인권의 후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글로벌 위트니스의 로지 샤프(Rosie Sharp)는 “이번 판결은 빅테크 기업이 자사 알고리즘이 사회적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만든 첫 사례”라며 “AI 시대의 공정성 감시 체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