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삼성바이오에피스]](https://cdn.ebn.co.kr/news/photo/202511/1686819_704949_649.jpg)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서기를 시작한 삼성에피스홀딩스가 새로운 성장 전략의 일환으로 ‘신약 승부수’를 던졌다.
그동안 집중했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경험과 역량을 중심축으로 삼는 동시에 앞으로는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펩타이드(단백질 조각) 등 차세대 신약 기술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에 따른 분할신설법인이자 바이오 투자 지주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난 1일자로 공식 출범해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100%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2년 설립 이후 11개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5377억원, 영업이익 4354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이러한 안정적 기반 위에서 신약 개발과 플랫폼 기술 확장을 동시에 추진한다.
현재 키트루다·듀피젠트·트렘피야·탈츠·엔허투 등 글로벌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2030년까지 10개 이상 제품 추가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자체 직판을 확대하고 미국 시장에서는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 및 자체 상표 방식 체계로 운영하며 유럽 점유율 1위, 미국 2위 달성을 목표로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출범과 함께 신설 자회사 에피스넥스랩(EPIS NexLab)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아미노산 기반 펩타이드 등 다양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 개발을 맡는다. 특정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는 기술 기반 신약 개발 모델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바이오의약품 후보를 만들 수 있다.
에피스넥스랩은 앞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공동 개발, 기술이전(라이선스 아웃) 등을 추진하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바이오시밀러·상업화)와 에피스넥스랩(플랫폼·신약기술)이 나란히 자회사로 운영되면 그룹 차원의 바이오 신사업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는 셈이다.
신약 개발 부문에서도 뚜렷한 목표가 세워지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소규모 신약 개발 조직을 꾸리고 기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연구개발(R&D) 인력과 함께 ‘듀얼 협업 구조’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삼성에피스홀딩스는 ADC 후보물질에 대해 글로벌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위한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준비 중이다. 이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임상 1상에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항체 구조 분석 및 신약 설계를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협력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프로티나 같은 AI 기반 연구 기업과 협력해 2027년 말까지 임상 1상에 진입할 수 있는 새로운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중국의 프론트라인과는 이중항체 기반 ADC 공동 개발도 병행하고 있어 다양한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장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계획대로라면 2028년경 2개 이상의 신약 후보가 글로벌 임상 단계에 들어서는 청사진이 마련된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출범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기업 구조 개편을 넘어선다는 평가가 많다. 그동안 국내 바이오텍들은 임상·규제 경험 부족으로 해외 빅파마에 의존해 왔고 대형 제약사들은 R&D와 상업화를 동시에 추진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임상·제조·허가 경험을 두루 갖춘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국내 기술이 국내에서 글로벌 수준으로 개발·임상화될 수 있는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대형 신약개발 전담 기업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임상·제조·허가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개발 실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등장은 국내 기술을 국내에서 임상화할 수 있는 인프라적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산업적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